한국여성개발원 오정진 박사는 2일 ‘실질적인 남녀 평등을 위한 부부재산계약제도의 쟁점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정강법률포럼이 주최한 세미나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오박사는 ‘부부재산계약의 흐름과 필요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독일과 스위스, 대만 등처럼 기혼 부부도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해야 부부 생활의 현실을 제대로 계약에 반영할 수 있고 제도의 접근성이 한층 커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일단 체결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변경이 어려운 점도 개선해야 한다”며 러시아와 프랑스의 경우 계약의 변경이나 취소가 우리보다 자유롭다고 소개했다.
오박사는 이 제도의 장점으로 △부부간 자율성 증대 △가정재산과 여성재산권 보호 △부부 재산관계의 합리성 증대 △여성의 주체성 확대와 남녀평등의 촉진 등을 꼽은 뒤 앞으로 이 제도에 접근할 수 있는 방안과 법적인 효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법에서 바라본 부부재산계약’을 발표한 성균관대 법대 이승우 교수는 부부재산계약 등기의 효력에 대해 “결혼전 체결하는 계약에는 결혼 후에 부부가 취득한 개개 부동산이 등기될 수 없으므로 결혼 후의 부동산은 별도의 등기나 등록 절차를 밟아야 제3자에게 효력이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교수는 또 “우리 법은 계약 내용에 제한을 두지 않고 당사자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고 있다”며 “그러나 당사자들의 법률 지식 부족으로 인해 많은 법적 분쟁이 야기될 수 있으므로 법원이 일정한 유형을 제시하고 선택토록 하자”고 제안했다.
5월 장모씨(29) 부부의 첫 등기 신청을 대리했던 ㈜로서브 이동호 사장은 “대만처럼 혼인신고 때 계약서를 첨부토록 하고 규격화된 표준계약서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듀오 직원인 이상호(36) 이지용씨(28) 부부가 지난달 19일 서울 서대문등기소에 등기를 마쳐 5월30일 대법원 예규 지정후 부부재산계약을 등기한 부부는 2쌍이 됐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