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洲 이용희 선생 장서 명지대 기증

  • 입력 2001년 7월 3일 02시 03분


국제정치학자로 서울대 교수를 역임한 동주 이용희(東洲 李用熙·1917∼1997·사진) 전 통일원 장관의 장서(藏書) 수 만 권이 명지대에 기증됐다. 이 전 장관의 부인인 송규복(宋圭馥·78)씨는 2일 오전 경기 용인시 소재 명지대 총장실에서 열린 도서기증식에서 이 전 장관의 유지에 따라 그가 애지중지하던 전문서적과 고서 약 2만5500권을 이 대학 선우중호(鮮于仲皓) 총장에게 전달했다. 이날 기증된 동주의 장서는 8t 트럭으로 3대에 이를 만큼 방대한 분량이다.

정치학자뿐만 아니라 한국고미술 감식가 겸 수장가로도 널리 알려졌던 고인의 장서 중에는 전문학술서 외에도 귀중본 고서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관련 학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기증서 중 19세기 독일 미술사의 고전인 하인리히 뵐플린의 ‘미술사의 기초개념’과, 일제시대에 발간된 다수의 한국미술사 관련 도록(圖錄) 등은 이 분야에서 희귀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인은 정치학자이면서도 ‘한국회화소사’ ‘우리 옛 그림의 아름다움’ 등의 책을 저술할 정도로 한국고미술 분야에 일가견을 가졌었다.

한편 서양 고전에 대해서도 상당한 전문가로 알려졌던 고인의 기증서 가운데는 장 보댕의‘국가론’(1583),앙리드로앙의‘군주들의 관심과 기독교 국가’(1639), 피에르 조제프 프루동의 ‘혁명과 교회의 정의’(1868) 등 서양 고전의 초판본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그의 안목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고인은 해외 여행시 항상 서점가를 찾았고 한 번 책방에 들르면 서너 시간씩 책방을 뒤지는 것으로 유명했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자택에도 아예 책만 보관하는 서재를 따로 지었을 정도로 책을 아끼는 마음이 각별했다.

이 전 장관은 연희전문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대에서 법학박사를 받았으며 서울대 교수, 국제정치학회장, 유엔총회 한국대표, 대우재단 이사장, 아주대 총장 등을 역임했다. 1997년 12월 숙환으로 타계.

장서를 기증 받은 명지대 측은 기증서들을 ‘동주문고’로 보관하고, 고인의 학문을 연구하는 심포지엄 지원과 동주 전집 발간 등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이날 기증식에는 고인의 제자인 노재봉 전 총리, 민병석 전 국회도서관장, 유홍준 영남대 교수, 고인의 장남인 이재명 전 의원, 차남인 이재용 세림유통 대표 등이 참석해 그의 뜻을 기렸다.

<김형찬기자>kh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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