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내린 제31회 동아무용콩쿠르는 뜨거운 열기 속에 진행된 수준 높은 경연의 무대였다. 186명이 참가한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56명이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등 3개 장르에 걸쳐 기량을 겨뤘다.
이번 콩쿠르에서는 최근 몇 년간 발레를 중심으로 한 무용 붐에 힘입어 학생부 참가자들의 기량이 돋보여 무용계의 미래를 밝게 했다. 특히 ‘국제무용콩쿠르보다 입상이 힘들다’는 일반부 남자 부문은 예상대로 경쟁이 치열했다.
한국무용의 최진욱(26·한성대 대학원)은 일반부 3개 부문 남녀 금상 수상자 6명을 대상으로 한 최종 심사에서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상은 전체 심사위원 21명 중 ⅔ 이상의 지지를 얻어야 한다. 한국 무용에서 대상 수상자가 나온 것은 1972년 제7회 대회(정재만) 이후 29년만의 일이다.
심사위원인 무용평론가 문예령씨는 “이번 동아무용콩쿠르는 한국 무용계 스타의 산실이라는 위상에 어울리게 비교적 고른 기량에 자신의 개성을 살린 참가자들이 많았다”고 말했다. 경연 부문과 함께 열린 정재만(한국무용) 김형남(현대무용) 이원국 김주원(국립발레단) 등 동아무용콩쿠르 출신 스타들의 초청 공연은 팬들의 뜨거운 갈채를 받아 이 대회의 종합 무용페스티벌로서의 가능성을 높여 주었다.
◇대상 수상 최진욱-"젊은 감각으로 한국춤 발전에 기여"
“정말 믿어지지 않았어요. 그것도 대상이라니. 나이도 있고 해서 자칫 이번에도 실패한다면 춤을 포기할 뻔했는데….”
한국무용 일반부 남자 부문에 참가한 최진욱은 다섯 번째 참가한 동아무용 콩쿠르에서 영예의 대상을 차지했다. 그는 95, 98년 두 차례 은상을 수상했지만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금상 이상의 성과는 이번에 처음 성취했다.
그는 본선에서 ‘백자의 혼’(김충한 안무)을 통해 백자가 탄생하는 과정을 완성도 높은 춤 사위로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무용 부문 심사위원인 김운미(한양대 교수)는 “‘백자의 혼’은 무용수의 테크닉은 물론 구성 음악 등 여러 면에서 뛰어난 작품이었다”며 “남성적인 큰 선이 돋보이는 춤을 추고 있어 대성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유도를 배우다 89년 중학교 3학년 때 누나의 권유로 한국 무용을 시작했다.
“당시 발레를 배우는 친구들이 많았는데 저는 처음부터 우리 색깔이 뚜렷한 한국 무용이 좋았습니다.”
최진욱은 “우리 춤의 전통에 젊은 감각이 실린 춤으로 한국 무용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면서 “전통 춤의 기본기를 탄탄하게 쌓는 한편 유럽의 현대 무용과 중국의 무용 등 현대 춤의 조류도 몸으로 체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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