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러 예술감독 레프 도진 '가우데아무스' 국내 초연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36분


◇러 '말리극장'예술감독 레프 도진- 6일부터 '가우데아무스' 국내 초연

"연극은 '느림의 여유' 주는것"

“현대 문명의 변화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어요. 우리는 그럴수록 인간에게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연극의 역할이 사람들에게 ‘느림의 여유’를 주는 것이라고 믿어요.”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말리 극장’의 예술감독 레프 도진(57)이 2일 오전 방한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가 연출한 연극 ‘가우데아무스’가 6일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에서 국내 초연되는 것. 도진은 국내 팬들에게는 아직 낯설지만 러시아는 물론 세계 연극계의 한 흐름을 주도해온 연출가로 유명하다. 83년부터 19년째 이 극장의 예술감독으로 재직하면서 러시아 스타니슬라프스키상,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유럽 연극상 등 권위 있는 상들을 수상해왔다.

말리는 러시아어로 ‘작다’는 뜻. 이 극장이 아이러니컬하게도 ‘크다’는 의미를 가진 ‘볼쇼이 드라마극장’을 제치고 러시아 연극계의 아이콘이 된 것은 그의 예술적 역량 때문이다.

그는 러시아 작가의 문학 작품을 텍스트로 한 ‘악령’ ‘형제 자매들’ ‘벚꽃 동산’ ‘폐소 공포증’ 등을 통해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보여온 연출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진을 소개한 극단 ‘미추’ 대표 손진책은 “개인적으로 80년대 말부터 레프 도진의 연극 팬”이라며 “말리 극장은 인생을 꿰뚫어보는 그의 안목, 원숙한 기량을 자랑하는 배우들의 앙상블이 뛰어난 극단”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공연되는 ‘가우데아무스’는 러시아에서 90년 초연된 작품으로 세르게이 칼레딘의 소설 ‘건설부대’가 원작. 도진은 이 작품을 바탕으로 자신이 지도하던 상트 페테르부르크 연극 아카데미 학생들의 군 체험을 가미해 붉은 군대 내부의 잔혹행위와 타락, 억압과 소외 등을 고발했다.

이 작품은 19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돼 있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따 온 연극의 제목 가우데아무스는 즐거움을 노래하는 학생 찬가라는 점에서 매우 역설적이다.

“나는 군대야말로 사람을 강력하게 억압하는 반(反) 인간적 모델이라고 생각한다. 내 작품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악한가, 어디까지 악할 수 있는 가를 느끼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 같은 악은 역설적으로 인간에게 희망을 줄 것이다.”

6일 첫 공연이 끝난 뒤 연극평론가 김윤철 한상철 김미혜, 연출가 한태숙 이병훈 등이 참여하는 도진의 작품 세계에 대한 좌담회도 열린다. 10일까지 평일 오후8시, 토 오후 3시반 7시반, 일 오후6시. 1만5000∼5만원. 02-2005-0114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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