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자 이이화씨의 부친인 야산 이달(也山 李達·1889∼1958)의 문하에서 13년간 주역을 배운 김 옹의 역학은 야산의 학풍을 이어, 괘사(卦辭)보다는 괘상(卦象)을 중심으로 주역을 해석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괘에 덧붙여진 문자보다는 괘의 모양을 보고 그 뜻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진작부터 후학들에게 넘겨주고 싶었습니다. 병약한 몸을 추스르며 어려운 주역을 강의하러 강단에 섰는데 매번 100여명씩 수강생들이 몰려서 감동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들 중에는 이제 실력을 충분히 닦은 사람들도 있으니, 이제 후학들이 나설 차례지요.”
김 옹은 “물러날 때 물러날 줄을 알아야 한다”며 대전 청주 등에서 해 오던 강의도 이번 기회에 다 정리할 계획이다. 그를 따르는 제자들은 1999년 말 위암 수술을 받은 그의 건강을 걱정하지만 정작 김 옹은 건강이 문제는 아니라고 장담한다.
“주역이란 게 참 이상해요. 강의를 하기 전에는 힘들다가도 일단 강의를 시작하면 힘이 나요. 주역의 신비한 기운 덕이라고 할까요? 주역 강의에는 늦어 본 적도 없어요. 택시를 타고 가다가 길이 막혀서 기차시간에 늦게 되면 기차가 연착이 돼서 기다리고 있곤 했지요.”
아직도 카랑카랑한 목소리의 김 옹은 내년 여름에 대중강좌를 마무리하면 후학들에게 강의를 넘겨줄 생각이다. 특별히 필요할 경우에만 특강 형식으로 나서면서, 주역을 비롯한 동양사상 관련 저술에 전념할 계획이다.
김 옹은 “서구문명을 무분별하게 받아들여 정신은 약화된 채 육체만 발달한 것이 요즘 세상의 병폐”라고 진단한 뒤 “건전한 정신을 위해 동양의 정신문화가 더욱 필요함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 옹의 마지막 대중강좌는 3일부터 매주 화요일 저녁 7시 서울 종로구 혜화동 흥사단 강당, 4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숭인동 동방문화진흥회 강의실에서 진행된다. 02-2237-9137
<김형찬기자>kh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