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순의 대인관계 클리닉]"자나깨나 자식 걱정"

  • 입력 2001년 7월 3일 18시 40분


고교 2학년 아들이 여자친구를 사귀는 것 같은데 탈선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는 어머니를 만났다. 어쩌면 자식 가진 모든 부모의 불안일지도 모른다.

부모로서는 아이가 한참 공부해야 할 때에 엉뚱한 데 신경을 쓰는 것부터 마음에 안 드는 게 당연하다. 이 어머니 역시 처음엔 무조건 금지할까도 생각해 봤다고. 그랬다가 공연한 억하심정으로 더 곁길로 나갈까봐 지켜보는 형편이라고 한다.

“그래, 내 아이만은 무슨 일이 있으려고. 적어도 내가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았으니까” 하고 자신을 위로해 보지만 별 도움이 안되긴 마찬가지라고.

요즘 청소년 비행 문제가 온갖 매체에 등장하다 보니, 내 아들도 믿기 어려운 심정이 될 때가 많다는 거였다. 가뜩이나 불안한데다 최근에 기름을 붓는 사건이 있었다. 바로 이웃에 사는 대학 1학년짜리가 여자친구를 임신시킨 것이다.

평소 친한 이웃인데다, 그 아들도 늘 보아오던 아이라 충격이 컸다. 대학생이라도 됐기에망정이지 고등학교에 다닐 때 그랬다면 하는 생각이 들면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리 내 아이라도 발목을 붙잡아 둘 수도 없고, 정말 불안할 뿐입니다. 불러 앉혀 놓고 얘기를 하자니 뭐라고 입을 떼야 할지도 알 수 없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가 오히려 이상한 엄마 취급을 받으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요즘 같은 때 자식 하나 반듯하게 키우기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이 어머니처럼 지나치게 예기불안에 떨 필요는 없지 않을까.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걱정하는 것처럼 기운 빠지는 일은 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내 자식만은 잘못될 리가 없다고 여기는 것도 안이한 생각이긴 하다. 어쨌든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 때문에 미리 불안에 싸여 걱정하지는 말라고 얘기해 주었다.

부모 자식 사이에 중요한 것은 서로를 믿는 마음이다. 신뢰 관계가 굳건하다면, 그 다음에는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대화를 나눌 때, 무슨 일이든 무조건 금지하는 건 곤란하다. 대신 어떤 일을 행동으로 옮겼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위험들을 소상히 가르쳐 주는 편이 낫다. 그 편이 아이가 위기에 빠졌을 때 위기에서 구할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무조건 금지하고 억압하는 건 어떻게 보면 부모의 이기심 때문이다. 일종의 편리한 심리적 방어기제라고나 할까? 그러면 문제가 생겼을 때 “거 봐라, 내가 절대로 안된다고 하지 않았느냐” 하면서 죄책감을 회피하고 덜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는 부모로서 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다. 그보다는 하루가 달리 빠르게 변화하는 아이들의 환경을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위기 관리 방법을 차분히 일러주는 부모가 돼야 하지 않을까.

양창순(신경정신과 전문의)www.mind-open.co.kr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