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한국사회는 '노출의 세상'…표현욕구 확산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28분


‘내 모든 것을 보여 드립니다’

우리사회의 ‘노출 지수’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여성의 노출 패션 등 외면적 노출을 넘어 개인 사생활까지 거리낌없이 공개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특징. 사생활 보호를 중시하는 기존의 인식으로 보면 이해가 잘 되지 않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들은 노출을 통해 엉뚱하게도 자유와 편안함을 느낀다고 말한다.

▽웹캠족의 노출〓노출의 첨단에 서 있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통해 자신들의 사생활을 공개하는 ‘웹캠족’. 이들은 컴퓨터에 연결된 카메라로 자신들의 모습을 담아 실시간 동영상으로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개설된 지 10개월째인 웹캠 서비스사이트 ‘마이웹캠’에는 개인이 등록한 사이트만 2600여개. 마이웹캠 김휘(金輝·33) 사장은 “미국에선 이미 일반화된 웹캠이 한국에서도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웹캠족들은 자신들의 사생활을 보여주고 웹캠을 본 사람들이 e메일이나 게시판 등에 남기는 반응을 보고 즐긴다”고 말했다.

하루에 10시간 가량 개인 웹캠 방송을 하고 있다는 조세민씨(26·여·일러스트레이터)는 “밤늦게까지 혼자 작업할 때 웹캠을 작동시키고 있으면 누군가 옆에 있는 것 같아 덜 심심하기도 하고 새 친구도 사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일기 등 공개〓개인 일기를 네티즌들에게 공개하는 일기 사이트도 인기다. 올해 4월 개설된 인터넷 일기 사이트 ‘일기나라’(www.ilginara.com)는 벌써 6000여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 사이트에선 비공개로 일기를 쓸 수도 있지만 회원의 절반 가량은 자신의 일기를 공개하고 있다.

‘일기나라’ 옥세현(玉世鉉·36) 전략기획팀장은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10, 20대들은 누구나 겪는 이성관계 학교생활 가족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들을 당당하게 표현해 젊은 네티즌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대 사이엔 인터넷상에 이름, 나이, 거주지역과 자기소개 등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프로필 꾸미기도 유행이다.

▽중장년층도 가세〓거리낌없는 사생활 공개는 10, 20대들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주부들이 주시청자인 아침 공개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중장년층도 수많은 방청객과 시청자 앞에서 대역이나 음성변조 없이 솔직하게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쉬쉬했을 아내의 불륜, 남편의 주벽 같은 것들까지 낱낱이 공개된다.

최근에는 사생활 공개를 넘어 자신들의 누드 사진을 공개하는 ‘셀프 누드족’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동호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포털 사이트들은 최근 누드 사진을 올린 정회원들끼리 서로의 누드 사진을 보는 셀프 누드 사이트가 속속 생기면서 음란성 시비가 일자 대책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노출 교수’의 의견〓99년부터 자신의 홈페이지에 ‘공개일기’라는 이름으로 시시콜콜한 일상까지 공개하고 있는 현택수(玄宅洙·42)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사생활 공개를 병적인 노출증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말했다.

현 교수는 “사람들의 표현욕구가 강해지고 이를 다수의 사람에게 표출할 수 있는 인터넷 등이 등장하면서 공적인 생활과 사적인 생활의 구분이 갈수록 모호해지고 있으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지적 정서적 공감대를 넓히기도 한다”고 말했다.

<현기득기자>rati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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