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튼튼하게]중이염/갑자기 TV볼륨 높이면 '의심'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35분


주부 김정숙씨(30)는 감기에 걸린 아들(5)을 데리고 병원에 갔다가 깜짝 놀랐다. 아들이 중이염에 걸렸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김씨는 치료받아도 잘 낫지 않고 계속 약을 복용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을 듣고는 일찍 병원에 데려가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중이염은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병으로 소아들이 흔하게 앓는 질환 중 하나다. 5세 이하 소아 50%가 앓을 정도. 일반적으로 소아의 90% 이상이 최소한 1회 이상 중이염을 앓고 어린이의 70% 이상이 3회 이상 중이염을 앓는다. 미국에서는 5세 이하 어린이의 중이염 치료를 위해 매년 5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나이가 어린 자녀가 중이염에 걸렸을 경우 부모가 이를 알기는 쉽지 않다. 말을 배우지 못해 표현을 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중이염의 증상이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거의 없고 가벼운 청력 감소 정도로 별로 표시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가 갑자기 TV 앞에 가까이 다가앉거나 TV 볼륨을 높이면 중이염을 의심해보는 정도다. 또 중이염은 감기에 걸리거나 비염 축농증과 함께 오는 경우가 많다.

특히 중이에 물이 차 염증이 생기는 삼출성중이염은 초등학생에게 많다. 지난해 3∼6월 경기 안양 지역의 초등학교 1, 2학년생을 조사한 결과 약 10%가 삼출성중이염을 앓고 있었다. 삼출성중이염은 조기 치료하지 않으면 40㏈까지 청력이 약해져 학교 교사의 말을 30% 정도 놓쳐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

삼출성중이염 치료는 과거에는 주로 약물 치료에 의존했지만 최근엔 일단 자연 회복을 기다린 다음 증세가 호전되지 않으면 수술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양쪽 귀가 삼출성중이염일 경우 3개월, 한쪽 귀는 3∼6개월이 지나도 자연 회복이 안되면 수술을 받아야 한다. 특히 삼출성중이염으로 고막이 심하게 함몰되거나 얇아져 구멍이 날 위험이 큰 경우는 곧바로 수술하는 것이 좋다.

대개 부모들은 수술을 받는다고 하면 전신마취를 해야 하는데 안전할까, 전신마취 후 머리가 나빠지지 않을까, 한번 수술을 하면 재발을 잘 한다는데 수술하지 않고 치료하는 방법은 없을까 등 걱정이 끝이 없다.

하지만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다. 최근 설문조사에 의하면 부모가 자녀의 청력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는 지수 중 가장 심한 정도를 10으로 표시할 때 수술 전 4.6에서 수술 후 0.6으로 감소했다. 또 부모 대부분이 수술 결과에 만족했으며 자녀의 삼출성중이염에 대한 재발 걱정은 8.9에서 2.4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송병호교수(한림대 성심병원 이비인후과)benigno7@hallym.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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