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굴 금동불상 3점 진위 논란 계속…전문가 감정도 무승부

  • 입력 2001년 7월 4일 18시 41분


지난 5월말 경찰청이 도굴범들로부터 압수한 금동불상 3점의 진품 여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이 전문가 10명에게 의뢰해 이 불상을 다시 감정했으나 진품이라는 의견과 모조품이라는 의견이 5:5로 갈렸다.

그렇다면 이 불상은 진짜인가 가짜인가. 그리고 도굴범과 이 불상은 어떻게 처리될 것인가.

▽진위 논란과 재감정 경위〓경찰청은 5월말 도굴범들을 검거해 경남 산청에서 문화재 보수 공사 중 빼돌렸다는 금동불상 3점을 압수했다.

그러나 이 불상들은 이미 지난해 7월 충남 서산경찰서가 문화재 밀거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발해 문화재청에 감정을 의뢰, 가짜로 판정받았던 것. 서산경찰서측은 가짜라는 감정에 따라 불상을 도굴범들에게 다시 돌려주었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 사실을 모른 채 금동불상을 다시 압수했던 것.

서산경찰서 수사 때 감정에 참여했던 문명대 동국대 교수는 “금동아미타여래입상(크기 20㎝)과 금동관음보살좌상(22.5㎝) 등은 근현대 모작품이며 금동여래좌상(25㎝)은 국적과 시대가 불분명하지만 중국 청대 작품일 가능성이 있다”고 감정했었다.

그러나 5월 경찰청의 감정 의뢰를 받은 강우방 이화여대 교수는 “금동입상은 1300년전 통일신라시대 초기 작품이고 금동보살좌상과 금동여래좌상은 고려시대 작품으로 추정된다”며 “모두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불교미술의 권위자인 이들의 의견이 이처럼 상반되게 나오자 문화재청이 진위 여부를 가리기 위해 최근 재감정을 실시한 것.

이번 감정에서 진품이라고 본 전문가들은 “양식이나 보존 상태 등으로 미루어 통일신라 고려시대의 것이 분명하다”면서 강 교수의 의견을 지지했다.

반면 가짜라고 본 전문가들은 “겉 모양은 옛날 양식과 유사하지만 금동입상의 콧등 위에 줄을 이용해 갈았던 흔적이 남아있는 등 모작의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불상의 진위 여부와 사후 처리〓재감정에서 5:5의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진품과 가짜 중 어느 한쪽으로 단정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즉 현재 상황에서는 이 불상들을 문화재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다. 문화재청은 그러나 더 이상의 감정은 하지 않을 계획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검찰은 불상을 갖고 있던 도굴범들을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다만 국유지에서 나온 것을 불법 소유했기 때문에 절도범으로 처리할 수 있다. 문화재청의 한 관계자는 “이들 불상을 일단 국가에 귀속시킬 수는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 감정은 어떻게 하나〓진위 판정의 일차 단계는 과학적인 분석. 그림에 사용된 종이나 안료, 금속공예품의 재료 등을 분석해 문화재의 제작 연대를 밝혀낸다.

그러나 과학적 분석이 전부는 아니다. 금동불상의 경우, 재질이나 도금상태 등이 과거의 것으로 밝혀진다 해도 당시 불상의 형식이나 특징, 당대인들의 미감이 담겨 있는 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회화 작품 역시 종이나 안료가 과거 특정 시기의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도 그 그림의 작가로 추정되는 사람의 터치나 필선, 색의 농담 등과 맞아떨어져야 최종적으로 진품 판정이 내려진다.

공공기관이 감정을 할 경우, 감정 참가자 중 한명이라도 가짜라는 의견을 내놓으면 대부분 판정을 유보한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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