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과학자들은 기본적인 공구와 잡동사니들로 라디오, 사진기, 비누 등을 만드는 ‘러프 사이언스(Rough Science)’라는 TV 시리즈의 주인공이 됐다.
5월 10일부터 4회에 걸쳐 방영된 이 시리즈는 200만명이 시청하는 놀라운 성공을 거뒀으며 곧 미국 PBS방송에서도 방영될 예정이다.
과연 무인도에서 어떤 일이 있었을까.
▽라디오를 만들어라〓라디오파는 전자기파의 일종으로 우리 주위를 항상 날아다니고 있다.
무인도의 과학자들은 전선줄로 만든 안테나로 라디오파를 잡아 코일을 감은 원통막대에 연결시켰다.
그러나 이렇게 만든 전류는 교류이기 때문에 바로 헤드폰으로 들을 수 없다. 이때 사용되는 것이 교류를 직류로 바꾸는 다이오드나 방연광과 같은 결정. 과학자들은 암석에 흔하게 포함돼 있는 방연광 결정을 사용했다.
또 냄비를 잘라 만든 축전기를 이리저리 이동시켜 서로 다른 채널을 찾을 수 있었다.
2차대전 당시 포로수용소의 군인들은 이렇게 라디오를 만들어 몰래 아군의 정보를 들었다고 한다. 헤드폰이 없을 때는 못에 코일을 감아 만든 전자석을 이용했다.
전자석은 전류의 흐름에 따라 얇은 깡통에 붙었다 떨어지면서 소리를 냈다고 한다.
▽무인도의 위치를 찾아라〓세로축을 0도, 가로축을 90도로 잡아 각도를 그린 종이를 나무판에 붙인다.
이 나무판을 땅에 박은 나무에 T자로 붙인 뒤, 북극성에 맞추면 종이가 기울어진 각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위도가 된다.
경도의 기준은 영국 그리니치 천문대다. 과학자들은 라디오를 만들어 그리니치 천문대의 정오 시보를 확인했다. 이 시간과 현지의 시간차로 경도를 계산할 수 있다.
나무막대의 그림자가 가장 짧아지는 정오부터 라디오 시보가 나올 때까지 추의 운동을 통해 41분의 시간차를 구했다.
하루는 1440분이므로 360도로 환산하면 4분이 1도가 된다.
결국 북위 43도 동경 10.25도로 그들이 위치한 곳이 이탈리아의 카프라이아섬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조난자의 기록을 남겨라〓나무상자에 작은 구멍을 뚫어 놓고 빛을 통과시키면 상자 안에 영상이 맺힌다.
바로 바늘구멍사진기다. 무인도의 과학자들은 바늘구멍 위에 깨진 병으로 만든 렌즈를 올려놓아 좀 더 선명한 영상을 만들었다.
렌즈를 통해 들어온 영상은 요오드화은으로 만든 필름에 현상시켰다.
이것은 1839년 프랑스의 다게르가 만든 은판사진과 같은 원리로 빛과 반응하면 그 부분의 요오드화은이 변해 영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요오드화은은 한 여성과학자가 차고 있던 은팔찌와 해초를 전기분해시켜 합성했다. 전지는 바닷물에 구리와 아연동전을 넣어 만들었다.
백동전에 많이 포함된 아연은 바닷물 속에서 이온으로 되는 정도가 구리보다 더 크기 때문에 백동전에서 구리동전으로 전류가 흐르게 된다.
▽비누를 만들어라〓유지를 알칼리용액과 반응시키면 글리세린과 비누가 얻어진다.
처음 과학자들은 바닷물 속에 들어있는 염화나트륨(NaCl)을 전기분해해 알칼리인 수산화칼륨(KOH) 용액을 만들려고 했지만 풍력발전기가 고장나는 바람에 수포로 돌아갔다.
대신 나뭇재를 물에 녹여 만든 수산화칼륨(KOH)용액을 사용했다. 이 용액을 올리브 열매에서 짜낸 기름과 섞은 뒤 가열해 비누를 만들어냈다.
<이영완 동아사이언스기자>puse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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