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집에는 영자양이 아버지의 사랑을 노래한 시 20편과 아버지 이씨가 강원도 삼척 산골에서 자연과 벗하는 삶의 즐거움을 적은 50여편의 시가 함께 실렸다. 이씨는 외딴 산중에 살면서도 평소 ‘사서오경’ ‘주역’ 등을 공부하고 틈틈이 시를 써왔다.
아버지 사망 이후 현재 강원도의 한 암자에 머물며 불교에 귀의한 영자양은 ‘거짓말’이라는 시에서 ‘자연은/큰소리 치지 않고 사람들을/철들게 한다고 했어요’라며 아버지의 가르침을 회상했다.
아버지 이씨의 시에는 지난해 한 방송사 다큐멘터리에 나와 세간에 알려진 뒤 서울로 가출한 딸에 대한 걱정을 담은 시 ‘집을 떠난 영자야’가 포함됐다. 이 시에서 이씨는 ‘너가 없는 이 산중에 애비가 죽은들/누가 알겠느냐’면서 자신의 운명을 예견했다.
출판사측은 “딸과 함께 시집을 내는 게 평생 소원이라는 이씨가 지난 겨울 출판사에 시집을 내달라며 원고를 가져왔다”면서 “이씨는 한 달 뒤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고 밝혔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