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출가시키기 전 이웃집 아주머니 B씨에게 속내를 털어놨다. 딸아이가 시간이 갈수록 결혼 결정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본인은 못내 아쉬운가 봐요. 그래도 나이가 찼으니까 어쩌겠어요….”
“어려서부터 쭉 봐와서 신랑 될 사람이 별로 ‘남자’라는 생각이 안 든대요.”
“사랑다운 사랑도 한 번 못해 보고 시집가는 것 같다기에 ‘다른 남자들도 별수 없어’라고 말해주긴 했지만….”
A씨가 딸을 시집보낸 뒤 두 달쯤 지나 B씨가 A씨 집에 들렀다.
“요즘 어떻대요?”
“아이고, 말도 마세요.”
B씨는 말실수를 했다고 생각하고 화제를 돌려보려 했다. 그러나 A씨가 계속 말을 이어갔다.
“걔들이 글쎄 세 살 때부터 만나서 못 산 걸 후회하고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네?”
“서로 모르는 것도 없고 감출 것도 없으니 그렇게 마음이 잘 통한다네요. ‘유치원 인연’이 그렇게 소중한지 여태 몰랐다나 뭐라나….”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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