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
우리나라 ‘대학생 선생님’들이 첫 수업을 시작한 3일 필리핀 마닐라 나보타스구의 바굼바얀 초등학교에선 낯선 기합소리가 우렁차게 울려나왔다.
오전 8시지만 이미 섭씨 28도를 웃돌 정도로 후끈후끈한 날씨. 태권도반을 맡은 대학생 오성훈씨(23·명지대 생명공학과 2년)의 얼굴에선 쉴새없이 땀방울이 흘러내렸다.
처음 해보는 ‘주먹 지르기’ 동작이라서 아이들의 동작은 어설펐지만 해맑은 눈동자만은 검붉은 얼굴 속에서 반짝였다.
“애들이 너무 열심이에요. 꾸준히 가르치면 유단자도 나오겠는 걸요.”
오씨는 아이들의 열의에 감동한 듯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선풍기 한 대만으로 30도에 가까운 무더위와 고군분투하고 있는 또 다른 교실. 손바닥만한 작은 공책에 ‘안녕하세요’를 또박또박 적어두는 아이, 연방 옆자리 친구와 발음을 연습하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한국어 수업을 맡은 박현정씨(25·성신여대 경영학과 4년)는 수업이 끝나자마자 필리핀 어린이들에 대한 칭찬으로 입술에 침이 마를 줄 몰랐다.
“애들이 너무나 순수해요. 쉽게 수줍어하고, 선생님도 존경하고…. 2주 정도밖에 안 되는 봉사일정이지만 간단한 대화까지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필리핀 쌀과 야채로 만든 먹을거리도, 침대 없이 바닥에서 자야 하는 숙소도 불편하지만 ‘민간외교관’이라는 책임감은 이 젊은이들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태평양아시아협회(PAS·회장 김상철·金尙哲) 청년해외봉사단 소속 대학생 470여명이 필리핀 말레이시아 중국 등 전세계 9개국 24개 지역에서 펼치는 해외봉사 활동이 현지인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현지 학교를 방문해 한국문화를 소개하는가 하면 인근 보육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재해지역을 방문한 학생들은 복구활동에 직접 나서기도 한다.
재학중인 학교의 추천을 받아 이번 활동에 참가한 학생들은 한국문화를 소개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해왔다.
필리핀 나보타스팀의 팀장 김동순씨(26·여·포천중문의대 본과1년)는 “관광이 아닌 뭔가 뜻깊은 해외여행을 해보고 싶었다”며 “이번 기회는 다른 나라 사람들을 직접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94년 이 협회를 창설한 김 회장은 “태평양 아시아는 영원한 이웃으로 공통된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며 “청년해외봉사단원들의 활동으로 아시아가 하나라는 생각이 널리 공유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