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2화장장 부지 서초구 원지동일대 유력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35분


서울시 제2시립 화장장 및 추모공원 부지로 경부고속도로 양재인터체인지 근처에 있는 서초구 원지동 일대가 최종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초 강남구 주민들은 이에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화장장 부지 선정을 맡은 추모공원건립추진협의회(추건협)는 5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자문위원단과 부지선정심사위원단 등이 참석한 전체회의를 열고 원지동 산83 일대를 1순위로, 강서구 오곡동 567 일대를 2순위로 선정해 고건(高建) 서울시장에게 추천했다.

고 시장은 이 중 한 곳을 선정, 9일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고 시장은 “최고 점수를 받은 후보지를 선정하겠다”고 수차례 밝힌 바 있다.

▽선정 배경 및 향후 일정〓추건협 최열 상임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13개 후보지를 대상으로 한 1차 평가에서 원지동이 160점(180점 만점, 오곡동은 147점)을 받았고 6개 분야의 질적 평가에서도 교통이나 땅 활용이 쉽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원지동은 논밭과 임야로 돼 있는 그린벨트 지역으로 일대에 1000여 주민이 화훼업 등에 종사하며 살고 있다.

추모공원 부지가 확정되면 서울시가 부지매입과 도시계획 등의 각종 행정절차를 지원하고 고 최종현(崔鍾賢) 회장의 유지에 따라 건립을 맡은 ㈜SK가 2004년까지 완공한 뒤 서울시에 넘겨줄 예정이다.

서울추모공원은 5만여평의 부지에 20기 규모의 무연무취 화장로, 납골묘 5만위, 종교별 장례식장, 빈소와 함께 야외공연장 등 문화체육시설도 갖추게 된다. 서울시는 내년도 지방선거 일정 등을 감안해 올해 안으로 착공할 방침이다.

화장, 납골의 증가 추세와 전망

연 도1일 화장, 납골 처리수
화장(단위:구)납골(단위:위)
1997 38 12
1998 46 20
1999 58 28
2000 69 40
2005 97 65
2010 119 83
2015 142 107
2020 168 137

▽극심한 주민 반발〓추건협 발표 직후 서초구 주민 대표 63명으로 구성된 ‘화장터건립 반대투쟁위원회’는 성명을 통해 “건립계획이 완전 철회될 때까지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강경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서초구민들은 이미 경부고속도로 점거, 서울시청 항의방문 등 ‘실력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주민들은 “자치구별 또는 권역별로 화장장을 분산해 세우자는 등 합리적 대안을 제시했으나 서울시가 모두 무시했다”면서 “더욱이 판교신도시가 개발될 경우 이미 심각한 교통난을 가중시킬 것이며 환경파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지역이 화장장 및 추모공원 부지로 최종 선정될 경우 서초구청까지 반발 움직임에 본격 가세할 것으로 보여 서울시와 자치구간의 전면전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조남호(趙南浩) 서초구청장은 “그동안 공식 대응은 자제하고 최대한 타협의 실마리를 찾아왔지만 서울시측이 구청장과 한마디 상의 없이 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서초구측은 법률적 대응과 함께 부지선정 과정에서의 의혹들을 폭로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주민 설득이 과제〓서울시가내놓을 수 있는 가장 큰 카드는 주변지역의 그린벨트 해제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후보지 두 곳 모두 30여년간 그린벨트로 묶여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민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서울시가 화장장 인근 주민들을 위해 주변 지역개발사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서울시가 대규모 취락을 제외하고는 그린벨트를 풀지 않겠다고 공언한데다 섣부른 해제 발표가 땅값 상승을 부추겨 토지 수용 비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결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 오곡동이 2위 후보지로 올랐다는 소식을 접하자 강서구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불안감 반, 안도감 반의 심정을 나타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오곡동이 2위로 발표됐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큰 변수가 없는 한 강서구가 선정되지 않을 것으로 믿고 있다”며 “그러면서도 만에 하나 서초구의 반발에 밀려 최종 결과가 뒤집어질 경우 좌시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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