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 주지 도법(道法)과 수경(收耕) 등 스님 6명이 이같은 설법을 하고 5일부터 전북 남원 실상사 화엄학림 강당에서 3주일간의 단식기도 정진에 들어갔다. 이들은 일체의 음식에 입을 대지 않은 채 물만 먹으면서 기도와 참선수행을 한다.
이들은 “지난달 18일 선각(善覺) 등 해인사 선원 수좌들의 폭력행사를 목도하는 순간 종단을 만신창이로 만들었던 98년 종단 폭력사태의 충격이 되살아나고, 당혹 허탈 분노 수치 좌절의 아픔이 밀려와 숨을 쉴 수가 없었다”며 “종단의 고질적 병폐를 극복하고 인내와 자애와 평화의 기운이 흐르는 종단으로 거듭나게 하는 불씨가 되고자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번 사건을 각자의 가슴에 숨어있는 불신 분노 증오 따위의 폭력성을 뿌리뽑는 자기변화와 성장을 위한 수행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며 “오늘 지펴진 작은 불씨가 종단의 한사람 한사람의 가슴으로 번져가 장엄한 화엄바다를 이루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해인사측에 △해인총림의 최고 어른인 방장스님의 공개 유감 표명 △해인사 총책임자인 주지스님과 선원 책임자인 유나스님의 공개 사과 △실상사 방문 책임자 3년간 해인사 산문 출입금지 △실상사 방문 대중의 공개참회 등 5개항을 요구해왔으나 이날 이같은 요구를 완전히 거둬들였다.
그리고 모든 허물을 자신의 허물로 삼지 못하고 해인사 대중에게 분노와 증오와 원망을 가진데 대해 불교적으로 옳지 못하고 수행자답지 못했다고 참회했다.
이들이 지핀 작은 ‘불씨’는 당장 해인사로 번져갔다. 이날 실상사 소동사건의 주역인 해인사 선각 등 수좌들도 찬반의 격론끝에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선원 총책임자인 유나 원융(圓融)스님 명의로 “시비(是非)란 본시 그른 것만 취한다면 해결되지 않으며, 옳고 그른 것을 동시에 놓아버려야 끝이난다”며 “해인사 청동대불 문제로 물의를 일으킨 데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하며, 종도와 국민 여러분게 깊이 사죄한다”고 반성했다.
이들은 본래 수좌 공동명의로 사과문을 발표하려 했다가 반성의 주체를 유나스님으로 격상시키는 문제를 놓고 격론을 벌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불교주간지 ‘현대불교’에 ‘자운 성철의 죽음을 곡한다’는 글을 발표, 해인사의 청동좌불 건립에 비판여론을 확산시켰던 수경스님은“기고문 가운데 오해의 소지가 있는 표현으로 해인사 대중을 불편하게 했다면 저의 허물”이라며 “불자들이 기뻐할 내용으로 해인사 불사계획이 세워지면 소승도 어떤 형태로든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