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천 '도립서당' 한재훈훈장 "한문은 기본"

  • 입력 2001년 7월 5일 18시 56분


초등학생들에게 사자소학을가르치는 '도립서당' 한재훈씨
초등학생들에게 사자소학을
가르치는 '도립서당' 한재훈씨
경남 청학동이나 전북 남원 등지에서나 볼 수 있었던 전통적 형태의 서당이 수도권으로 진입했다.

경기 이천시 백사면 도립리 산수유마을. 660여평의 드넓은 부지에 들어선 ‘도립서당( 031-634-3357)’은 현재 기와집 한 동의 공사를 마치고 22일 첫 ‘학동’을 맞아들일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서울 근교 첫 전통서당▼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도심 주택가 등지에서 학원이나 소모임 형태로 운영되는 서당이 있기는 했지만 서울 근교에 한옥으로 지어진 전통적인 서당이 들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 e메일(dorip@orgio.net)로 훈장님과 연락을 취할 수 있도록 전통과 현대의 접목을 시도한 것이 특징.

7세부터 22세까지 서당 교육을 받고 검정고시를 통해 98년 고려대 철학과에 입학해 화제가 됐던 한재훈씨(29)와 역시 서당 교육만으로 세상을 배운 형님 두 분이 이 곳의 훈장님.

4일 점심께 서울 인사동 거리에서 만난 한씨는 하얀 삼베옷에 머리를 올려 유건을 얹은 모습으로 나타났다. 1학년 때 찍은 학생증 사진에만 해도 5 대 5 가르마가 돋보이는 떠꺼머리 총각의 모습이 남아있었지만 98년 겨울 남원서당에서 관례식을 가진 후 떠꺼머리 신세를 벗어났다.

▼초등2~中2년 방학동안 교육▼

“수도권에 사는 학생들이 멀리까지 내려가지 않고서도 정통서당교육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하기 위해 이곳에 서당을 세우게 됐습니다.”

이곳의 서당교육은 초등학교 2학년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동안 22일∼ 8월 4일, 8월 5∼18일, 8월 19∼ 26일까지 세 차례로 나뉘어 열린다.

사자소학(四字小學), 고사성어를 통한 ‘글공부’, 절하기와 바른 언행법 등을 배우는 ‘삶 공부’, 다도 등을 배우는 ‘몸, 마음’ 공부는 물론 산행과 근처 이천 도자기박물관 등을 방문하는 전통문화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e메일 주고 받는 '디지털훈장'▼

서당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전인교육이 가능하다는 점. ‘왕따’도 없다. 많게는 대 여섯 살 이상 차이나는 형, 동생이 어울리다 보면 자연스럽게 공동체 내의 질서가 형성되기 때문이다.집단따돌림이 주로 동급생 사이에서 발생하는 현상을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다.

한씨는 현재 서울 은평구 갈현동의 한 주택에서 10여명의 아이들에게 사자소학과 고사성어를 가르치고 있다. 3년을 함께 한 학동들이 ‘또래 아이들보다 의젓하고 예의바르다’는 소리를 듣는다며 슬그머니 제자 자랑을 꺼내놓는다.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여기자의 눈길을 피해 눈빛을 아래로 떨구는 등 ‘참한’ 모습이 천생 훈장이다. 하지만 도립서당의 홈페이지 제작을 걱정하는 등 정보사회에도 관심을 갖고 있는 ‘디지털 훈장’이기도 했다.

<김현진기자>br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