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기타]'한국의 문과 창호' 자연과 교감하는 통로

  • 입력 2001년 7월 6일 18시 30분


▼'한국의 문과 창호' 주남철 글/이경재 사진/304쪽 1만5000원/대원사▼

한국 전통건축은 많은 면에서 서양건축과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서양의 건물은 하나의 큰 덩어리 속에 필요한 방들을 집어넣어 하늘로 향하는 방식으로 지어지지만, 한국건축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수평 방향으로 땅에 깔리며 여러 채가 집합을 이루는 방식으로 조영된다.

수평방향으로 건물이 펼쳐지며 배치되면, 자연히 건물과 담으로 둘러싸인 마당이 생기게 마련이고, 건물 배치방식에 영역과 위계가 있게 된다. 각 영역으로 통하려면 드나드는 문이 있어야 하고, 위계를 나타내는 건물의 크기와 얼굴이 달라야 한다. 문과 창호는 이러한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건축의 중요한 요소다.

‘한국의 문과 창호’는 하나의 건축을 이루는 영역의 가장 밖에 있는 대문, 각 건물로 드나드는 문, 방문, 창, 실내 칸막이 등 한국 전통건축에 나타나는 다양한 문과 창호의 상징성, 역사, 종류, 용도, 창호 살대의 짜임새, 장식, 명칭 등에 대하여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에 빛과 공기를 받아들이고 밖을 내다보기 위한 창(窓)과, 방으로 드나들기 위한 외짝 지게문 호(戶)’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고, 안쪽으로 창호지를 바르는 한국 창호의 호지법(糊紙法)이 ‘한국건축은 외적으로 선적(線的) 구성을, 내적으로는 면적(面的) 구성을 이루고 있어, 외적으로는 면적이고, 내적으로는 선적 구성인 중국, 일본건축과 대조’를 이루는 특징과 관계가 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이 책은 30년이 훨씬 넘도록 이 방면에 관심을 갖고 현장을 답사하고 문헌을 조사해온 저자의 성과물이다. 주택, 성곽과 궁궐, 사찰 등을 통하여 이제는 찾기 어려운 희귀하고 소중한 자료들까지 이 책은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값지다.

사계절이 분명하고 산이 많은 한국의 기후와 자연은 한국건축을 환경친화적인 건축이 되게 하였다.

건축이 환경친화적이 되게 하는 기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창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호를 닫으면 건물은 자연과 격리되어 인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는 피난처가 되지만, 창호를 열어제치면 건물은 자연과 하나가 된다. 실내공간과 실외공간이 하나가 되어 흘러 다닌다.

방과 방을 따로따로 분리하여 쓰거나, 여러 개의 방을 터서 하나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데에는 칸막이가 필요하다. 창호는 칸막이 역할도 한다. 한국건축 공간이 칸을 바탕으로 이루어졌고, 칸막이로 공간을 쉽게 넓히고 오므릴 수 있는 탄력성을 가진 것도 문과 창호가 지닌 역할 때문이다. 한국건축의 실내공간이 보자기처럼 동시에 여러 가지를 담거나, 다른 용도로 쉽게 바뀌어 질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것도 문과 창호가 가진 역할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알려주는 좋은 실례들을 이 책은 사진, 도면을 통하여 보여준다.

문과 창호는 건물 내부로는 공간의 질을 높이는데 크게 작용을 하고, 외부로는 건물의 격식을 보여주는 얼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문과 창호는 건축기술에 속하는 것 외에 인문,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 속하는 것들도 담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지지 못한 문과 창호의 인문, 사회, 문화적인 내용, 의미 체계 등, 문과 창호에 담긴 깊은 뜻과 논리에 관계되는 사항은 이 방면에 관심을 가진 후학들이 챙겨야 할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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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해(성균관대 교수·건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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