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여름방학 자원봉사, 점수 대신 '땀의 의미' 느껴라

  • 입력 2001년 7월 8일 18시 56분


“이번 여름방학엔 어디에 가서 봉사활동을 하지?”

중고교생들은 방학이면 봉사활동을 할 곳을 찾느라 고민한다. 부모들도 자녀가 어떤 곳에서 봉사활동을 해야 알찬 경험을 해 성숙해지고 학교생활기록부에 봉사활동 실적을 쌓을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대학이 96년부터 양로원 고아원 등 사회복지시설에서 자원봉사한 실적을 입시에 반영하면서 학부모 학생들의 ‘봉사활동 걱정’도 늘었다.

이번 여름방학에는 미리 준비해 ‘시간 때우기 식’이 아닌 진정한 봉사활동을 해보자.

▽봉사활동이란〓올해는 유엔이 정한 세계 자원봉사의 해. 남을 배려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정신을 실천해 좀더 살기좋은 세상을 만들자는 취지다. 봉사활동이란 물질이 아닌 자신의 노력으로 남을 돕는 일이다. 봉사활동을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점수따기 활동’쯤으로 여겨 겉치레로 봉사활동을 하는 학생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교육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봉사활동 인정〓교육인적자원부는 학교에서 연 20시간의 범위에서 지역 사정에 맞게 봉사활동을 실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7차 교육과정에서도 연 68시간의 특별활동 중 10시간 이상을 봉사활동에 할애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부는 ‘허위 실적’ 등 부작용을 막으려고 학생들이 교사에게 봉사활동 계획을 상의하거나 교사와 함께 봉사활동을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학생부에 ‘노인정 위문 활동에 적극 참여함’ 등 활동 내용도 적도록 하고 있다.

▽대학 입시 반영〓대학은 모집단위별 특성에 적합한 봉사활동을 더 인정해준다. 예컨대 의학계열은 의료 보건 복지 관련 기관, 법학계열은 사법 검찰 경찰 관련 기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 좋다. 봉사를 하면서 전공 분야의 시야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2002학년도 대입에서도 46개 대학이 봉사활동 특별전형을 실시한다. 학생부에 기록된 봉사활동 시간을 기준으로 100∼120시간 이상을 지원 자격으로 제시하는 대학이 많다. 종교 관련 대학은 이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요구한다.

▽봉사활동 안내〓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학생과 봉사활동 기관을 연결해주기 위해 180개 지역교육청 홈페이지에 ‘학생봉사활동정보안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학교에서는 이들 기관이 인정하는 곳에서 한 봉사활동을 인정하고 있다.

교육부 홈페이지(www.moe.go.kr)에 접속해 ‘학생봉사활동’이란 배너를 클릭하면 시도 및 지역교육청 홈페이지와 자신이 희망하는 봉사기관을 찾을 수 있다.

행정자치부의 자원봉사센터, 한국청소년개발원의 한국청소년자원봉사센터, 문화관광부와 시도의 청소년자원봉사센터, 한국시민자원봉사회, YMCA 등의 홈페이지에 바로 연결된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강성철 연구사는 “학생들이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자발적인 마음을 가져야 한다”며 “친구끼리 몰려가 잡담을 하거나 대충 일하면 기관에서 학생들을 꺼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여름방학 자원봉사자 이선영씨 인터뷰

“봉사활동요? 마음먹기 나름이죠. 조금만 부지런하면 공부와 봉사활동을 병행할 수 있어요. 나 아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것이 공부만큼 중요하잖아요.”

한양대 인문과학부 1학년 이선영씨(20·사진)는 지난해 ‘사랑의 실천(봉사활동 우수자 대상)’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고교 재학 중 15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해야 ‘사랑의 실천’ 전형 지원자격이 주어진다. 이씨는 고교 3년간 무려 333시간이나 봉사활동을 했다.

이씨는 고교 1학년 때 선배들과 함께 봉사활동 동아리 ‘실천사랑’을 만들어 활동했다. 격주로 토요일 수업이 끝난 뒤 경기 광명시 사회복지법인 ‘광명 사랑의 집’에 찾아가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의 목욕과 식사 등을 돕고 청소와 빨래를 했다.

“말을 제대로 못하고 다리가 불편한 20대 ‘사랑의 집’ 가족이 자꾸 손가락으로 화장실을 가르치더라고요. 화장실로 데려갔다가 곁에 있던 할머니에게 혼이 났어요. 화장실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개인용 변기를 가져다 달라는 말이었는데….”

이씨는 마음을 열고 봉사활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봉사활동을 한 뒤 선후배들과 토론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경험 부족으로 인한 실수담을 서로 이야기하고 잘못된 점과 고쳐야 할 점을 배웠다.

이씨는 “혼자 봉사활동을 하는 것보다 뜻이 맞는 주위 친구들과 함께 하게 되면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 중도에 포기하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꽉 막힌 교실을 떠나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면 학습 능률이 더 오르더라는 것이 이씨의 설명. 봉사활동 일정에 따라 학원이나 과외시간을 맞추고 주중에 한두 시간 더 공부한 것이 이씨의 성적관리 요령이었다. 이씨는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380점대 성적을 받았다.

“고교 3학년 2학기 때 입시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커 봉사활동을 잠시 접었을 때 가슴이 아팠어요. 봉사활동을 마치면 장애인 가족들이 따라나와 빵이나 과자 등을 슬그머니 주머니 속에 넣어주던 일이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찡’했죠.”

<박용기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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