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메조 소프라노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56)가 ‘아버지에게 바치는 노래’를 음반으로 내놓았다. 제목은 ‘비가(悲歌·Elegies)’. 리처드 대니얼포가 작곡한 연가곡(連歌曲)을 바리톤 토머스 햄프슨과 함께 노래했다.
슈타데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에서 42년 동안이나 주역가수로 활동하다 올초 은퇴한 슈퍼스타. 미국의 웬만한 음악애호가라면 그와 아버지의 사연을 알고 있다.
1945년 4월 독일 아헨. 미 육군 중위였던 찰스 폰 슈타데는 지프를 타고 정찰활동을 하던 중 독일 저격병이 쏜 탄환에 목숨을 잃었다. 유럽전선에서 이미 전쟁이 끝난 6주 뒤, 찰스의 아내인 사라는 여자아기를 출산했다. 사라는 아이 이름을 독일식으로 ‘프레데리카’라고 붙였다. 가족과 이웃들은 ‘프리카’라는 애칭으로 그를 불렀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프리카는 노래를 좋아하는 밝은 아이로 커갔다. 아버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전장에서 온 편지와 사진 꾸러미를 발견하면서부터. “가족과 멀리 떨어져 전쟁터로 보내진 한 젊은이의 꿈, 일상생활, 갈망이 그 속에 담겨 있었어요.”
훤칠한 키와 예쁘장한 용모 덕에 유명한 보석상 ‘티파니’ 종업원으로 일하면서 성악공부를 계속했던 프리카는 1969년 메트로폴리탄의 오디션에 합격, 스타로 떠오르게 됐다. “자기의 목숨을 희생해 가족과 이웃의 삶을 밝혀준 젊은 군인”을 음악으로 기념해야겠다는 생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시인 킴 바에드에게 아버지의 편지를 보였고 바에드는 편지의 사연들을 가곡에 적합한 운문으로 고쳐썼다. 신낭만주의적 작품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젊은 작곡가 대니얼포가 곡을 붙였다. 표정이 풍부한 현악부의 반주와, 진지하면서도 ‘순진미’ 넘치는 프리카의 음성이 어울리는 마지막 곡 ‘천국에서’를 비롯, 다섯 곡의 가곡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플로리다 등 몇군데서 노래를 선보이자 몇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고 그는 밝혔다. “프리카, 나는 선친과 같은 부대에서 복무했습니다. 아버님은 씩씩하고 헌신적인 군인이었죠. 그와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
노래는 “천국에서 언제나 너를 위해 노래하겠다”라는 가사로 끝난다. 찰스 중위의 편지속에는 없는 메시지이지만 프리카는 이 가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음악은 모든 아버지와 모든 딸들, 모든 세대를 잇는 영원한 것이지요. 그 속에서 아버지와 만날 수 있음에 감사드립니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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