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인터넷 마이클럽의 ‘오지여행자클럽’(http://community.kr.miclub.com/ozi). 설계사무소에 근무하는 신갑주씨(41)가 지난해 5월 개설한 동호회다.
매달 한 차례 30명 안팎 규모로 오지여행을 떠난다. 5월에는 강원 인제군 ‘아침가리 계곡’, 지난달엔 경북 봉화군과 강원 영월군의 경계인 ‘내리계곡’을 다녀왔다. 이번달에는 21일 1박2일 일정으로 인제군 기린면 ‘곰배령’을 넘는다. 회원수가 1300명이 넘기 때문에 재빨리 신청하지 않으면 헛물만 켜기 십상.
회원들끼리는 클럽을 ‘오지촌’, 회장을 ‘촌장’이라 부른다. 신 촌장은 “원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계곡과 산, 민가를 찾으면 신비함과 청정함이 피부로 느껴진다”고 자랑한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의 ‘오지여행’(http://cafe.daum.net/camping)도 한 달에 한 번씩 도시를 벗어난다. 다른 클럽과 달리 폐쇄성이 강하다. 99년 8월 결성된 모임이지만 회원수가 100명 정도에 그칠 정도다.
박용도 회장(36·은행원)도 ‘가볼 만한 오지를 추천해달라’는 기자의 집요한 부탁을 끝내 거절했다. 심지어 지금까지 가봤던 곳도 “아무리 깨끗이 뒷마무리를 한다 해도 사람들의 발길이 잦아지면 그곳이 오지로 남겠느냐”며 알려주지 않았다.
박 회장 혼자 여행을 떠날 때는 경치보다 사람 사는 모습을 본다.
“수돗물도 없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에서 사는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얘기를 나누면 마음이 너무나 편안해져 ‘해탈’의 경지에 이른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찾아올 때 그들이 진심으로 날 반길 수 있게 마음가짐, 몸가짐을 조심하지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 이승건씨(45)는 오지여행이 본업인지, 부업인지 모를 정도로 소문난 광(狂). 해돋이가 아름다운 강원 강릉 정동진을 일찌감치 제집 드나들 듯 다녔지만 드라마 ‘모래시계’로 ‘뜬’ 뒤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다.
96년부터는 ‘트렉코리아’(www.trekkorea.com)라는 동호회를 만들어 매주 오지여행을 떠났다. “법인이 아니어서 영수증 하나 제대로 처리하기가 어려워 최근 여행사로 전환했지만 이문을 남기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 ‘원장’보다는 ‘회장’ 직함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단다.
서울 노량진 정진학원 화학과 강사인 박호진씨(37)는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 동남아 오지를 찾아다니는 해외파. 뭔가 남기고 싶어 배운 사진도 이미 아마추어 수준을 넘는다.
박씨는 “나라밖 오지여행은 국내보다는 몇 곱절 고생할 각오가 돼있지 않으면 아예 시도하지 않는 게 좋다”며 도전의욕을 부추겼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전문가 추천 오지여행 3選▼
■강원 홍천군 내면 명개리 ‘아침가리’〓강원 홍천을 지나 현리에서 광원리행 버스를 타고 광원리 월둔교 앞에 내린다. 다리를 건너자마자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 산을 올라 명지거리 고갯마루와 내리막.
수만평에 이르는 지역이 야생화 천국이다. 계절마다 분위기가 다르지만 봄, 여름이 특히 볼 만하다. 주변 명지거리 원시림과 이곳을 흐르는 계곡물도 자연의 진수를 맛보기에 더없이 좋은 곳.
■강원 정선군 연포, 소사마을〓강원 정선군 신동읍 예미리에서 운치리까지 가는 마을버스를 타고 평구나 고성초등학교 앞에서 내려 산길로 6.4㎞ 정도 걸어 들어간다.
밭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꾸리는 10가구 정도의 소사마을과 동강 건너편 연포마을을 소나무로 만든 삽다리가 잇는다. 장마때는 삽다리가 떠내려가 나룻배를 타야 한다. 고성초등학교 연포분교 뒤 세 개의 봉우리에 달이 뜨는 모습은 가히 고혹적이다.
■경북 예천군 의성포마을〓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태극무늬 모양으로 휘감아돌아 만든 모래사장에 들어선 마을. 기이한 풍경의 제 맛을 느끼려면 가까운 비룡산 장안사로 올라야 한다. 산 능선에서 내려다보면 내성천 맑은 강물과 넓은 백사장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백사장 가에는 나무가 둥근 곡선을 따라 있고, 논밭이 반듯반듯 정리돼 있다. 그 가운데에 7가구 정도의 의성포마을이 있고, 오른편 곳곳에는 숲이 울창하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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