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캐나다 음악사이트 '셰나 뮤지칼', 자연의 소리는 높은 A음

  • 입력 2001년 7월 10일 19시 08분


말러
완전한 정적 가운데 들려오는 자연의 음향은 어떤 소리일까?

최근 캐나다의 음악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셰나 뮤지칼’이 이에 대한 답을 찾았다고 주장했다. 그 답은 3520Hz(헤르츠)의 주파수를 갖는, 즉 1초에 3520번 떨리는 높은 A음.

답의 열쇠는 작곡가 구스타프 말러가 제공했다. 말러는 자신의 첫 번째 교향곡 ‘거인’ 첫머리를 몇 분 동안이나 지속되는 바이올린의 높은 A음으로 시작했다. 그는 이 음을 가리켜 ‘자연의 소리’라고 불렀다.

이 교향곡에서는 ‘자연의 소리’가 계속되다가 새소리를 묘사하는 목관악기 연주가 끼어 들고, 먼 데서 울려오는 병영의 기상나팔이 울린 뒤 가곡 ‘이른 아침 들판을 걸으며’의 선율이 등장한다. 이런 진행순서로 비추어볼 때 곡 서두의 A음은 만물이 잠들어 있는 새벽에 자연 그 자체가 내는 순수한 음향을 나타낸다는 것.

그렇다면 왜 A음이 ‘자연의 소리’일까? ‘셰나 뮈지칼’의 필자들은 인간 외이도(外耳道)의 공명에 주목했다. 관(管) 또는 튜브모양의 모든 물체는 그 안에 든 공기의 고유한 공명주파수를 갖는다. 귓바퀴에서 고막에 이르는 인간 외이도의 경우 평균적으로 공명주파수는 A음에 해당한다고 필자들은 말했다. 이명증(耳鳴症) 환자들이 호소하는 귀울음의 음높이도 여기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필자는 성악가 4명을 조사한 결과, 네 사람 모두 ‘귀속에서 들리는 높은 A음’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말러는 귀의 공명 주파수에서 비롯되는 ‘인체의 소리’를 ‘자연의 소리’로 알고 있었던 셈이 된다. 이 문제는 오늘날 악기 조율사와 관현악단들이 A음에 표준 음높이를 맞추는 것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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