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시험을 4개월여 앞둔 고등학교 3학년 이모군(18)은 요즘 컨디션이 엉망이다. 수능 시험에서 1점이라도 더 딸 욕심에 밤잠을 줄이고 식사를 제외한 대부분의 시간을 책상 앞에서 보낸 때문일까. 몸 곳곳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다. 지금은 오히려 아프지 않은 곳이 드물 정도다.
무더위와 싸우며 하루종일 책과 씨름하는 수험생들이 지치기 쉬운 계절이다. 특히 올해 수능 시험은 지난해보다 어렵게 출제된다고 발표돼 상당수 수험생들이 긴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때일수록 잦은 밤샘 등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은 금물. 전문가들은 “수험생의 건강한 여름나기는 올바른 잠자리와 규칙적인 운동, 균형잡힌 식단 등 삼박자가 고루 갖춰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식습관〓아침 식사는 꼭 챙겨 먹을 것. 이미 많은 연구 결과 아침을 거를 경우 뇌세포의 활동이 위축돼 학습능력과 사고력, 집중력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밝혀졌다.
뇌세포 기능에 필수적인 비타민 B가 많이 든 현미와 잡곡 등 곡물류를 충분히 섭취하고 지치기 쉬운 여름철에는 단백질 보충도 중요하다.
또 녹황색 채소와 해조류 등 섬유소와 비타민 C가 많이 든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 해소와 변비 예방 등에 큰 도움이 된다.
밤참으로 위에 부담을 주는 컵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은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스트레스가 심한 수험생은 소화력이 떨어져 기름지거나 자극적인 음식은 삼가해야 한다.
▽수면 습관〓더위 때문에 수험생 중 낮과 밤을 거꾸로 사는 ‘올빼미족’이 많다. 그러나 갑자기 수면 리듬을 깨뜨리는 것은 역효과를 낳기 쉽다. 새벽 1시 이후에는 집중력과 기억력 등이 낮의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져 학습 능률이 좀처럼 오르지 않기 때문.
대개 두뇌 활동은 잠에서 깬 2시간 뒤가 최적인 점을 감안해 기상 시간을 오전 6시반∼7시 사이로 잡는 것이 적당하다. 하루 수면시간은 최소 6시간을 잡을 것.
▽올바른 자세가 ‘보약’〓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수험생들에게 바른 자세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구부정하거나 불안정한 자세로 의자에 앉은 채 장시간 지낼 경우 두통과 함께 뼈, 근육은 물론 소화기 계통이 고장나기 쉽다. 허리나 목 디스크는 특히 주의할 것.
책상은 자연스럽게 팔꿈치를 올려놓을 수 있고 의자는 발바닥이 완전히 바닥에 닿는 것이 좋다. 책 받침대를 이용해 책을 내려다 보는 각도를 20∼30도로 유지하고 허리와 발에도 받침대를 이용해 부담을 덜어주는 것이 좋다.
▽운동과 스트레칭〓적당한 운동은 최선의 스트레스 해소법. 한 차례에 30분 가량 매주 세 차례 정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틈틈이 간단한 맨손체조나 산책으로 굳어진 몸을 풀어주어야 한다. 운동은 가볍게 땀을 흘리는 정도가 적당하며 농구나 축구 등 체력 소모가 지나치게 많은 운동은 피할 것.
스트레칭도 신체적 피로와 근육의 긴장을 해소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1시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10∼30초 정도 목을 돌리거나 양팔을 뒤로 크게 벌려서 여러번 돌려주는 동작을 반복한다.
▽에어컨보다는 선풍기〓더위로 허약해진 상태에서 에어컨 바람을 장시간 쐬는 것은 피해야 한다. 입맛이 떨어지고 설사와 오한 증세가 나타나면 냉방병을 의심할 것. 선풍기를 이용할 때도 간접적으로 바람을 쐬고 2시간마다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기타〓잠자리에 들기 전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하면 근육이 이완되면서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커피, 홍차, 청량음료 등 카페인이 많이 든 음료는 숙면을 방해하므로 가급적 마시지 말 것. 축농증과 비염 등 이비인후과 질환과 신경성 소화불량은 집중력을 감퇴시켜 학습 능률을 떨어뜨리므로 방학 기간 중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도움말〓서울대병원 정형외과 이춘기교수, 꽃마을 한방병원 한방소아과 구은정과장)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