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대학들이 몰려오나〓첫 스타트의 팡파르는 상명대가 울렸다.
상명대는 대학로의 학산기술도서관을 인수해 3월부터 동숭캠퍼스 ‘예술디자인 대학원’ 건물로 사용해오고 있다. 사진학과 영화학과 등 9개과에 250여명의 대학원생이 저마다의 기량을 닦고 있다.
상명대 관계자는 “올해 대학로로 옮겨와 개강한 뒤 지금까지 4차례의 연극공연과 25차례의 전시회를 열었다”며 “학습공간이 문화 현장과 결합되면서 교수 및 학생들의 의욕이 넘쳐 예전의 같은 기간보다 공연 및 전시회 횟수가 2, 3배 가량 늘어났다”고 말했다.
동덕여대는 9월 말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옆에 지하 5층, 지상 8층의 대형예술센터를 완공한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방송연예학과 무용학과 등의 예술대학이 10월에 옮겨와 수업을 받게 된다.
이미 흑석동 캠퍼스 안에 예술공연장을 운영중인 중앙대도 추가로 대학로의 우당기념관을 인수, 개보수하고 있다. 제2의 ‘중앙예술원’으로 쓰일 이 건물은 9월부터 대학생들의 공연 실습 및 세미나실 등으로 사용될 계획이다.
미술 디자인 분야가 ‘주력상품’인 홍익대는 9월말 대학로 내 ‘한국디자인진흥원(KIDP)’ 건물을 인수해 디자인과 관련된 각종 연구나 교육의 전진기지로 활용할 계획.
이에 앞서 국민대는 99년 9월 대학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대학 내 테크노디자인 전문대학원이 산학(産學)협동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01스튜디오’를 문예회관 부근에 마련한 것. 국민대는 장기적으로 디자인 관련 대학을 이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의 사립대학들이 제대로 둥지를 틀 경우 대학로에는 서울대 의대, 방송통신대, 국제 산업디자인대학원 등 기존 대학을 합쳐 총 8개로 늘어난다.
▽왜 대학로인가?〓이론과 현장을 결합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적격지이기 때문이다.
동덕여대 방송연예학과장 홍유진 교수는 “예술관련학과들은 무엇보다 현장교육이 중시된다”며 “대학로는 학생들이 공연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는데다 실제로 공연 때 많은 대중이 찾아올 수 있는 장점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상명대 예술디자인대학원장 조준영 교수도 “호주의 RMIT대학이나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오브아트 등 많은 예술대학이 그 나라의 예술지역이나 상업지역 중심지에 몰려 있다”며 “이렇게 특성화된 대학이 예술의 메카인 대학로에 속속 들어서는 것은 예술과 대중문화의 접목 차원에서도 대단히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문화 예술분야 대학의 실험적 정신이 수혈될 경우 침체의 늪에 빠진 대학로 문화 현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소비적 문화에 치우친 대학로의 건강성을 되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원빈 대학로문화발전추진위원회장은 “80년대만 하더라도 대학로에는 미술관과 소극장이 많았으나 최근 먹고 마시는 시설에 밀려나 안타까운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예술대학들이 이곳에 입주하는 것은 대학로의 건강한 발전을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진한기자>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