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개방은 일본 대중문화 수입에 대해 모든 빗장을 푸는 최종 조치로 당초 내년 한일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올 연말경 취해질 것으로 알려져 왔다.
해당 분야는 △일본 가요 음반 △쇼 드라마 등 TV오락 프로그램 △성인용 비디오와 영화 △국제영화제 미수상(未受賞) 애니메이션 △게임기용 비디오 등 6개 분야.
문화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한국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일본 문화산업계에 타격을 줄 것이라는 관측과, 별 실효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의 ‘일본대중문화 개방정책의 심사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일본 대중문화의 완전 개방이 이루질 경우 국내 문화산업의 수익이 267억∼356억 원이 줄고 일본 문화상품의 시장 점유율은 8∼15%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 바 있다.
일본측은 이번 4차 개방을 예상하고 사전 준비를 해왔다. 이번 4차 개방 대상에 일본 가요 음반과 TV오락프로그램 등 수익성 높은 분야가 대거 포함되어 있기 때문, 일본측은 한국의 위성방송 출범 등으로 방송 콘텐츠 수요가 급증할 것에 대비해 시장 조사까지 마쳤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쪽에서도 여러 기획사들이 일본과 접촉하면서 4차 개방 이후를 대비해 왔다.
이번 조치가 나오자 이들은 당분간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겠다는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일본 대중문화의 본격적인 한국 상륙이 당분간 늦춰질 것이 분명하다. 일본 가요의 경우 일본어 음반이 국내에서 판매되어야만 일본 대중가수들이 한국에서 자리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4차 개방을 앞두고 일본의 자본과 매니지먼트사들은 한국 기업과의 합작 형태로 한국 문화산업에 적극 개입할 움직임이었다. 일본 자본이 제작한 한국 가수의 음반이나 드라마가 국내에서 유통되고 그 로열티가 일본으로 건너갈 가능성도 예측됐다. 이같은 수순이 개방 조치가 미뤄진 만큼 늦춰지게 됐다.
한편에서는 이번 조치가 실효성이 의심스러운 카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 상품이 국내에서 이미 대량 유통되고 있는데다 TV오락프로그램의 경우 기존에 일본 방송을 모방한 프로그램들이 많아 상품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또 일본 자본이 아무리 선진화됐다고 해도 한국 고유의 정서를 이해하는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므로 개방을 하더라도 당분간 고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어차피 일본 대중문화 완전 개방은 큰 틀에서 피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그 시기를 얼마간 늦춘 것에 불과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이번 개방 중단 조치는 한일 관계 변화에 따라 빨리 풀릴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문화산업 관계자들은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허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