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바다위 서점' 50만 장서에 "풍덩"…둘로스號 인천 입항

  • 입력 2001년 7월 16일 18시 37분


나라별 종류별로 다양한 요리책, 장난감과 결합된 깜찍한 동화책, 세계 고전 소설류, 어린이 학습책, 자연과학서적류, 백과사전….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작은 유엔(UN)’으로 불리는 ‘둘로스호’(6800t급)가 12일 인천항에 입항, 31일까지 인천항 1부두에 머물며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펼친다.

그리스어로 ‘몸종’이라는 뜻의 이 배는 기네스북에 2개의 기록을 올려놓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선상서점을 보유한 것과 타이태닉호보다 2년 늦은 1914년에 건조돼 아직까지 활동하고 있는 세계 최고령 여객선이라는 점.

87세의 연륜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내부가 아주 깔끔하며 선원 340여명의 의식주를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다. 1∼8층의 선내에 식당, 침실, 진료소, 세탁소, 소방서, 서점 등이 꾸며져 있고 주요 출입구는 고급 카펫, 공예품 등으로 장식돼 있다.

이 선박의 백미(白眉)는 과학 의학 요리 스포츠 문학 등 7000여종 50만권의 영어권 서적과 한국판 성서 관련 도서를 전시 판매하고 있는 선상서점. 이 서점에 들어선 방문객들은 이색 영어도서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서적들의 ‘가격 파괴’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된다.

1000원∼1만원대의 최신판 사전이나 고전소설을 한아름씩 사가는 방문객들이 많고 조기영어교육에 도움이 될 만한 아동도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15일 부모와 함께 둘로스호를 찾은 대학생 심자미씨(20·인천대 영문학과 1년)는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원서가 많고 가격도 아주 싸다”며 즐거운 표정이었다.

둘로스호 홍보담당 박형도씨는 “둘로스호는 교육도서를 전 세계에 보급하는 것을 제1의 활동목표로 해 구호와 문화선교 활동을 벌이고 있기 때문에 도서 판매가도 시중 가격의 50%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 배는 상선으로 이용되다 1978년부터 독일의 국제구호단체인 ‘GBA(Good Books for All·좋은 책을 모든 이에게)’ 소속 선박으로 활용되고 있다. 20여년 동안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등 90여개국을 돌았고 한국은 1992년에 이어 두 번째 방문.

지난달 27일 포항에 도착한 둘로스호는 두 번째로 인천(7월12∼31일)에 이어 군산(8월1∼15일) 진해(8월17일∼9월4일) 등을 차례로 방문하게 된다.

각 항구에 정박하는 동안 일반인들에게 여객선을 무료로 공개하면서 ‘선상 공연’도 수시로 펼친다. 뉴질랜드 ‘하카춤’, 필리핀 ‘뱀부댄스’, 미국 ‘스윙댄스’ 등을 선보이는 민속춤팀을 비롯해 파푸아뉴기니 중창단 등 30여개의 ‘아마추어’ 공연팀이 나선다. 이 외에도 국제콘서트 세계문화축제 등 다양한 국제문화교류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인터뷰/'문화전도사' 활약 김서영씨▼

“세계 각지에서 온 젊은 친구들을 사귀다 보니 ‘시야’가 아주 넓어지는 느낌이에요. 원래 성격이 까다롭고 꼼꼼한 편이었는데 이제 털털해지고 포용력도 생겼어요.”

둘로스호 선상서점에서 2년째 일하고 있는 김서영씨(35·사진). H대 미대 출신인 그는 강사직을 버리고 지난해 2월 이 배에 승선하면서 자신도 깜짝 놀랄 정도로 ‘변신’했다.

이 배에는 한국인 6명을 포함해 세계 37개국에서 모여든 ‘다국적 자원봉사자’ 320여명이 승선해 있다. 회계사 목수 배관공 컴퓨터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은 한번 배에 오르면 무보수로 2∼3년간 봉사활동을 펼친다.

이들은 전공을 살려 기관실 세탁소 진료실 서점 학교 등에 배치돼 ‘선상 공동체’를 운영하면서 ‘문화 전도사’로 활약한다.

김씨는 “배에서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여러 나라의 민속춤이나 노래를 익혀 문화공연도 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공연 종목은 ‘부채춤’과 독일의 ‘우드컷 댄스’라고 소개했다.

둘로스호의 ‘공용어’가 영어이기 때문에 선상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힐 수 있는 것이 큰 장점. 배에 오르기 전 초보수준의 영어를 구사했던 김씨는 이제 자유자재로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됐다.

한국오엠국제선교회(www.kr.om.org·02-3482-1436)가 1년에 2차례(3, 9월경) 자원자를 모집하고 있다. 기독교인에 한한다. 현재 9주 동안 국내 또는 해외에서 봉사활동을 펼칠 단기 참가자를 뽑고 있다.

<박희제기자>min07@donga.com

▼가는 길▼

경인고속도로 인천종점에서 월미도쪽으로 가다보면 E마트 동인천점 앞에 인천항 1부두 출입구가 나타난다. 경인전철을 이용한다면 동인천역에서 내려 건너편 맥도날드앞에서 시내버스 3, 17, 23, 24번 등을 타면 된다. 부두입구에서 둘로스호 안내원을 찾으면 인천항내로 들어갈 수 있으며 승용차를 탄 방문객들은 임시 차량통행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032-770-7511∼2

국제문화교류 프로그램 주요 일정

행 사

일 시

장 소

여성카페

18일 오전 10시

둘로스호

둘로스카페

20일 오후 7시

인천음악축제

20일 오후 7시

인천 남구 숭의동 숭의교회

어린이 세계문화체험

21일 오전 10시

둘로스호

국제친선의 밤

(민속공연)

21일 오후 7시

인천전문대 체육관

실버카페

27일 오전 10시,

오후 3시

둘로스호

국제콘서트

28일 오후 7시

인천전문대 체육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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