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민들에게는 당장 피해현장을 수습하는 것이 ‘발등의 불’이지만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갖가지 사고와 전염병 또한 예상치 못한 ‘복병(伏兵)’이 될 수 있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물난리 직후 집단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수인성(水因性)’ 전염병과 피부병 등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큰 사고를 겪은 이재민들에게 자주 발생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적 후유증도 유념해야 할 대목이다.
▽건강관리〓각종 세균성 이질이나 콜레라 등을 예방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번 수해가 인구밀도가 높은 수도권을 강타해 수인성 전염병의 집단 발병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건강을 위해 △물은 반드시 끓여 먹고 △데워 만드는 음식은 3분 이상 끓이며 △조리한 음식은 냉장고에 이틀 이상 보관하지 않는 생활습관을 지켜야 한다. 또한 어패류와 채소류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조리할 때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수해로 젖은 옷과 가구는 잘 씻은 후 반드시 햇볕에 소독한다.
이 같은 수칙은 이재민은 물론 복구 현장에 나선 일반인들도 지켜야 한다.
보건복지부 방역과 이종구 과장은 “수해지역에 물이 빠진 뒤 1주간은 △침수가옥, 쓰레기 집하장, 변소 등 취약시설에 대한 집중소독 △주민들에 대한 장티푸스 예방접종 △피부병 질환자 치료 등에 집중할 예정”이라며 “다음 단계로 2∼3주간은 콜레라 등이 의심되는 설사환자 등을 철저히 감시해 집단발병을 예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질병은 없나?〓이재민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증상 중 하나가 근육통. 수해 직후 잠자리가 불편해지고 복구작업에 따른 피로가 누적되기 때문.
특히 노년층의 경우 퇴행성 관절염이 악화되고 젊은이들은 무거운 물건을 나르다가 허리를 삘 가능성이 많다. 이럴 경우 환자들은 빨리 안정을 취하고 여의치 않으면 소염진통제 등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또 수재민들은 심적으로 큰 충격을 받아 자주 불안에 떨거나 불면증을 일으키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릴 수 있다.
을지의대 가정의학과 최은영 교수는 “‘외상후 스트레스장애’가 나타나면 불안과 공포를 감추기보다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 필요하다”며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환자들의 고민을 끝까지 들어주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재로 가족이나 재산을 잃은 경우 수재가 끝난 뒤 일정 기간이 지나면 우울증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잠을 못 자거나 말수가 적어지는 등 증상이 심해지면 전문의를 찾는 게 좋다.
<이진한기자·의사>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