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흐르는 한자]傾盆(경분)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41분


외부의 상태나 동물의 울음소리를 표현하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우리가 보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데 그들은 자연스럽게 사용한다. 아마도 민족들의 바탕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中國은 우리와 가깝고 또 文化的으로도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만큼 그런 점에서는 어느 정도 비슷한 데가 없지 않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것을 ‘傾盆’이라고 표현한다. 傾이 ‘기울이다’(傾斜 傾倒)이고 盆이 ‘물동이’를 뜻하므로(花盆 盆栽) 글자 그대로 ‘물동이를 기울인다’는 뜻이다. 물동이를 이고 가던 아낙네가 잘못 하여 기울이게 되었다고 상상해 보라. 그 속에 들어 있던 물은 와르르 다 쏟아지게 된다. 한꺼번에 많은 물이 쏟아지니 그럴듯한 표현이 아닌가.

蘇東坡(소동파)라면 唐宋八大家(당송팔대가) 중의 한 사람으로 중국 최고의 문장가이자 시인이다.

한번은 그가 친구 楊傑(양걸)과 함께 風篁嶺(풍황령·현 浙江省 杭州 西南)에 올랐다. 옛날 신선술을 익힌 葛洪(갈홍)이 丹藥(단약)을 만들었다고 하는 仙境(선경)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미처 목적지에 이르기도 전에 신고 갔던 나막신은 다 헤지고 눈 앞에는 먹구름만 잔뜩 끼어 있지 않은가. 이윽고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마치 항아리를 뒤엎은 것처럼(傾盆) 억수같이 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붓을 들어 한 수 적었다.

前朝欲上已蠟극(전조욕상이랍극)-어제 아침 밀랍 먹인 나막신은 다 닳았거늘,

黑雲白雨如傾盆(흑운백우여경분)-먹구름 끼더니만 억수같이 퍼붓도다.

비는 안 와도 탈, 너무 많이 와도 탈이다. 불과 며칠 전 100년만의 대가뭄이 엄습하여 전국을 바짝 말려 놓더니만 이번에는 너무 많이 쏟아져서 곳곳에서 災害(재해)를 일으켰다. ‘하늘’이 무심한가.

이쯤 되면 ‘하늘’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 누가 ‘天道는 公平하며 늘 善한 자의 편에 선다’고 했던가? 史記를 쓴 司馬遷(사마천)은 일찍이 天道에 대해 강한 疑懼心(의구심)을 표현한 바 있다. 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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