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회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영광의 얼굴들

  • 입력 2001년 7월 17일 18시 46분


▼대통령상/광수지 렌즈/서효정(경북사대부중 1년)▼

“‘보이지 않는 빛’을 볼 수 있게 돼 너무 기뻤어요.”

대통령상을 차지한 경북대 사범대 부설중 1학년 서효정양(13)의 ‘광수지 렌즈’는 빛이 렌즈나 유리를 통과할 때 어떤 식으로 진행하는지 눈으로 직접 볼 수 있게 만든 발명품이다.

상당수 사람들은 어린 시절 돋보기(볼록 렌즈)로 종이를 태우는 ‘실험’을 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종이가 타는 것은 햇빛이 돋보기를 통과하면서 굴절돼 한 점에 모이기 때문. 그러나 실제로 햇빛이 렌즈를 통과하며 꺾이는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서양은 그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

“렌즈 안에 다른 물질을 넣으면 ‘그 빛’이 보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영화에서는 담배 연기를 뿜으면 보이지 않던 레이저 광선이 나타나잖아요. 레이저 광선이 담배 연기에 부딪혀 반사하는 거죠. 제가 만든 제품도 비슷한 원리예요.”

그러나 그런 제품을 만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여러개의 렌즈를 붙이고 그 사이사이에 다른 물질을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렌즈를 둥글게 깎는 것도 쉽지 않았고, 틈새 없이 렌즈를 붙이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서양과 지도교사인 기세희씨는 두달 동안 밤늦게까지 과학실에 남아 실험을 했다.

서양은 마침내 틀 속에 액체 수지를 부어 렌즈를 만드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 액체 수지에 야광 안료나 적색 안료를 넣어 굳히자 원하는 렌즈가 만들어졌다. 서양이 친구들을 모아 놓고 렌즈에 레이저를 쏘아 빛이 굴절되는 모습을 보여주자 친구들이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이 렌즈를 만들기 위해 책도 많이 보고 여러 사람을 만났어요. 빛이 야광 안료에 부딪히면 산란된다는 사실은 렌즈 틀을 만들어 줬던 아저씨가 알려줬죠. 처음에는 산란이라는 말을 몰라 인터넷을 뒤지기도 했어요.”

초등학생 때 경북대 부설 영재센터에서 1년간 ‘영재교육’을 받기도 한 서양은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고 실험을 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며 “커서는 과학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국무총리상/'열이동 비교실험 장치'/하선정(경북 이서초등 6년)▼

“슈퍼나 은행에서 받은 영수증을 그냥 버리지 마세요. 그 영수증으로 얼마나 재미있는 과학 실험을 할 수 있는데요.”

경북 청도의 이서초등학교 6학년인 하선정양(12)은 생활 속에서 무심코 버리기 쉬운 쓰레기를 과학 실험의 훌륭한 도구로 재활용해 국무총리상을 차지했다. 하양이 만든 발명품은 ‘폐영수증을 이용한 열이동 비교실험 장치’.

초등학교에서는 어떤 물질이 열을 잘 전달하느냐를 비교하기 위해 철,유리 막대 위에 촛농을 일정한 간격으로 붙여 놓고 한쪽 끝을 알코올 램프로 가열하는 실험을 한다. 열을 잘 전달하는 막대의 경우 같은 시간에 가장 많은 촛농이 녹는다. 하양은 촛농 대신 영수증을 막대에 감아 실험을 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우연히 아버지의 재떨이 옆에 영수증 종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보았는데 종이가 까많게 변했어요. 불이 붙지도 않았는데요. 너무 신기해서 여러 가지 종이를 태워봤죠.”

하양은 여러차례의 ‘실험’ 끝에 슈퍼나 할인점에서 받은 영수증이 열에 민감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영수증 중에서도 표면이 반질반질하고 매끈한 종이가 특히 열에 민감했다.

“다른 곳에는 이런 종이가 없을까 찾아 봤는데 생각보다 굉장히 많았어요. 은행에서 받은 대기표나 자동 입출금기에서 돈을 빼고 난 뒤 받은 종이, 슈퍼에서 야채나 과일을 살 때 붙여주는 가격표도 마찬가지죠. 아버지가 갖고 오신 팩스 종이도 그렇고요.”

하양의 발명품은 대회에 참가한 다른 제품에 비해 다소 단순한 편. 그러나 심사단은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영수증을 놓치지 않고 발명까지 연결한 관찰력과 창의력을 높이 평가했다.

▼금상▼

▽생활과학1부문

△마우스+패드/박성훈(울산 덕신초등 4년)

마우스와 패드를 일체형으로 만들어 먼지나 이물질이 패드 위에 쌓여 마우스 볼이 더러워지는 것을 방지했다. 마우스를 오래 사용할 수 있으며 패드를 잃어버릴 염려가 없다.

△모니터 받침대 설치 드라이버/이덕희(대구공고 1년)

CD롬이나 플로피 디스크 드라이버 등 보조기억장치를 모니터와 모니터 받침대 사이에 설치해 PC 본체를 책상 밑이나 구석진 곳에 두어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생활과학2부문

△시각 장애인을 위한 안내방송 도우미/이석진(충남 아산 금성초등 6년)

시각장애인용 지팡이 또는 신발을 사용한 채 점자용 보도블럭에 서면 보도블럭에 설치된 스피커에서 안내방송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지팡이나 신발은 무선통신 시스템을 이용해 감지한다.

△여름철 비닐하우스에서 기온강하와 환기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장치/박정효(경북 영동고 2년)

비닐하우스 바깥에 스프링클러 등이 있는 냉각 박스를 설치하고 지하수를 뿜어 올려 외부 공기를 냉각시킨다. 이 차가운 공기를 비닐하우스 안으로 다시 넣어 온도를 조절한다.

▽학습용품

△피노키오 펌프/이은규(광주 문산초등 6년)

플라스틱 볼과 비닐 펌프통의 탄력을 이용하여 적은 양의 물이나 알코올 등 액체를 안전하고 쉽게 옮길 수 있는 간이펌프다.

△구심가속도 측정기/허재영(대구고 2년)

회전 원판 위에 액체가 든 U자관을 올려놓고 회전 속도를 변화시키면서 관 속에 들어 있는 액체의 높이 차를 이용해 구심가속도를 측정하는 장치다.

▽과학완구

△호루라기 원리를 이용한 소완구 용품 악기/강지애(여·전남 강진 도암초등 6년)

호루라기 원리를 이용해 만든 피리와 비슷한 악기. 여러 재료를 시험한 결과 점토를 이용해 전통 자기를 만드는 과정과 비슷하게 제작할 경우 음색이 가장 좋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리여행/채수민(경기 고양 무원고 3년)

작은 판을 하나씩 이동해 그림을 맞추는 퍼즐판에 귀걸이같은 고리를 이용했다. 판마다 달려 있는 고리를 이용해 판을 이동시키면서 전체 그림을 맞추어야 해 난이도가 높다.

▽자원재활용

△위생적이고 편리한 종이컵 보관 홀더/이하정(여·경북 포항 대흥초등 6년)

페트병의 주둥이를 종이컵이 걸릴 정도로 둥글게 자르면 페트병의 탄성을 이용해 컵을 한 개씩 뺄 수 있다. 또 두 개의 페트병을 사용해 사용한 컵과 새 컵을 구분해 보관한다.

△폐 CD를 이용한 효과적인 까치 퇴치기구/이성근(전남 나주 봉황중 3년)

폐품 CD를 바람개비와 비슷한 기구에 달아 여러 각도로 회전시키면 태양빛을 받은 CD에서 여러 색의 빛이 나와 까치가 싫어한다. 특히 빛이 회전하면서 나오기 때문에 효과가 높다.

▼학생작품 지도논문상 수상교사▼

▽특상(1등급)

△이충호(울산 덕신초등) △정경순(부산 명지초등) △이기영(제주 인화초등) △이오규(충남 공주 의랑초등) △정진(인천 정보산업고) △이상돈(대구공고) △한명애(대구 남동초등) △박익순(충남 아산 금성초등) △김용수(부산 신도초등) △신재호(경북 영동고) △장미정(서울 구일중) △안윤기(서울 용산고) △조완익(광주 문산초등) △기세희(대구 사대부중) △이동윤(대구고) △윤석진(인천 갈산중) △전춘식(전남 도암초등) △이선숙(경북 이서초등) △김광섭(전남 나주봉황중)

▽우수상(2등급)

△서석자(경기 성남 한솔초등) △김민순(전남 여수 한려초등) △강덕순(광주 백일초등) △배학섭(경북 풍기초등) △김수철(인천남고) △정해봉(경북 금오공고) △이원우(인천남고) △고성화(제주 애월중) △이상호(광주 전자공고) △박권하(대전 대덕고) △이인순(울산 현대정보과학고) △이문환(인천 계양고) △조준성(인천 과학고) △신장섭(경북 영덕초등) △신우섭(경북 인평초등) △김영준(인천 작전초등) △심지선(광주 전남공고) △정경지(경북 지례중) △임왕빈(전남 여도중) △강헌석(인천 계산중) △양승일(전북 부안중) △황정훈(부산 사대부고) △황욱(경남 김해 경원고) △김경식(전북 전라고) △김용호(전남 해남 마산초등) △서백환(광주 일곡초등) △안을규(충남 온양 동신초등) △김명하(충남 온양 중앙초등) △강지성(경기 과학고) △송양호(광주 동명중) △김철회(충남 천안북중) △김정훈(서울 신일고) △라익록(대구 화원초등) △김기혁(경기 고양 무원고) △연동열(충북 보은중) △우정애(경북 대흥초등) △이홍조(부산 자동차고) △손영철(부산 내성고) △이광재(전남 순천공고)

▽장려상(3등급)

△우정수(울산 향산초등) △윤상인(충남 천안 쌍용초등) △이영일(전북 백련초등) △윤언중(부산 배정초등) △김기원(충남 천안 양당초등) △지생구(대전 전민초등) △조남순(충남 과학고) △송유장(경기 과학고) △손부남(경기 광명 하안중) △이수자(경기 성남 분당중앙고) △송미선(전북 전라고) △전철만(대구 대명여중) △황욱(경남 김해 경원고) △허정범(충남 천안북일고) △황경주(인천 과학고) △이원지(부산 남산고) △신재선(경북 포항 여자전자고) △김경희(경북 진보초등) △박상은(부산 주례초등) △이종환(서울 강남초등) △신동근(충남 보령 관당초등) △신경숙(경북 모전초등) △전미희(충남 천안 환서초등) △강준길(충북 청주고) △송광래(경기 과학고) △홍명희(광주 전남공고) △임창완(경남 창원고) △김종락(울산 농소중) △권성진(전남 고흥 영주종합고) △이경석(대구 정동고) △이혜정(울산 학성고) △문영호(대전 충남기계공고) △박길현(부산 해사고) △엄성욱(경남 마산 중앙중) △송훈성(전남 사창초등) △김동빈(충북 화산초등) △주복식(전북 이백초등) △송우준(울산 신정초등) △김성민(부산 구평초등) △김영근(강원 원주 장양초등) △김희수(경기 수원 이목중) △박기효(경북 상주중) △나봉찬(충북 충주여고) △박종옥(부산 자동차고) △이영직(충남과학고) △김순애(광주 율곡초등) △김세영(충남 논산 용남초등) △김상일(광주 일신초등) △송미정(경남 배영초등) △박기선(강원 횡성 안흥초등) △백종필(경남 문산초등) △전미란(충북 충대부고) △박원용(전북 삼례공업고) △오기영(대전 대신고) △전순련(부산 성서초등)

▼선정과정-전시일정▼

청소년들이 발명품을 통해 과학적 창의력과 탐구성을 겨루는 국내 최대의 행사인 전국학생과학발명품 경진대회가 올해로 23회를 맞았다.

79년 제1회 대회가 열린 이래 관심이 계속 높아지면서 올해는 전국에서 생활과학1(가정용품) 생활과학2(비가정용품) 학습용품 과학완구 자원재활용 등 5개 부문에 걸쳐 10만4297점이 출품돼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또 학계와 산업계 등의 전문가 16명은 시도 예선을 거쳐 본선에 오른 297점의 작품을 놓고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우열을 가렸다.

올해 심사위원장을 맡은 은희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장은 “학생들의 탐구력과 창의성, 관찰력에 중점을 두었다”며 “발명품 뿐 아니라 탐구 과정을 일기처럼 기록한 ‘탐구일지’가 심사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대회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함께 대통령상 300만원, 국무총리상 150만원 등의 장학금이 각각 주어진다. 또 동상 이상을 받은 고교생에 대해서는 서울대 등 일부 대학에서 고교장 추천에 의한 특차전형 입학자격을 준다. 대통령상과 국무총리상 등 우수작품은 특허 출원시 변리사가 무료로 특허 출원을 대행해 준다.

한편 대통령상을 비롯해 수상작 297점은 20일부터 8월 15일까지 대전의 국립중앙과학관 특별전시관에 전시된다. 시상식은 8월 17일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다.

<김상연기자>dre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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