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 로베 지음 수지 바이겔 그림
32쪽 8000원 풀빛
아이들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끊임없이 ‘놀이’를 만들어 내고 그것에 열중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쩌다 생기는 빈 상자나 엄마가 쓰고 있는 반짇고리는 아주 좋은 놀잇감이 되지만, 그것이 없다 해도 결코 의기소침해지지 않는다. 집 안에 있는 물건들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그들의 놀이에 소용되지 않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방울 방울 땀까지 흘리면서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 있는 아이들을 볼 때면 그들이 보여 주는 집중력과 끝없는 상상력에 절로 감탄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말과 글도 아직 다 깨치지 못한 유아들을 외국어 교육이다, 예능 교육이다 해서 학원으로 내 모는 부모들에게 ‘아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해 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 놀이란 아이들 스스로 만들어 낸, 아이들이 주인이 되는 놀이를 말한다.
이 책에 나오는 아이들, 안네와 페터는 ‘엄마 아빠 놀이’를 하기 위해 인형을 만들고 그 인형에게 ‘빔블리’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안네와 페터는 빔블리와 함께 숨바꼭질을 하다가 할머니의 부름을 받고 자리를 뜨는데, 그 때부터 빔블리의 모험이 시작되고, 모험에 동행했던 병아리와 빔블리가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오는 것으로 그들의 이야기는 끝이 난다.
동식물은 물론이고 주변의 모든 사물들조차 생명이 있는 것으로 여기며, 그것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유아들의 심리가 잘 드러나 있는 이 책에는 실제로 빔블리 인형을 만들어 볼 수 있는 재료도 들어 있다. 또한 주인공 빔블리의 이미지와 잘 어울리는 앙증맞은 그림은 예닐곱 살 어린이들과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궂은 날씨 때문에 바깥 놀이를 할 수 없는 날, 어김없이 집 안의 물건들을 모두 뒤집어 놓는 자녀가 있다면, 야단만 치지 말고 함께 놀아줄 친구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눈도 붙이고, 입도 그리고, 이름도 지어 주면서 아이와 눈을 맞추고, 아이의 행복한 표정을 읽으면서 말이다.
오혜경(주부·서울 강북구 미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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