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자유주의 논리가 득세하여 인간의 가치가 속도와 물량적 잣대에 의해 평가받는 오늘날, 가슴 따뜻하게 사람과 더불어 살아갈 여유를 마음 한켠에 허락해 주는 책이다. 특히 ‘자연 대 과학’의 대응구도를 ‘문화예술 대 인간’의 대응구도에까지 적용시키는 작가의 탁견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 책은 이상적 자유의 불가능함을 인식한 사유가 이상적 평등의 그것에까지 미치지 못하고 이상적 평등만을 갈망하고 있다.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점철된 지난한 역사를 온몸으로 겪은 저자의 피해자 의식이 비춰진 것 같아 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