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이란 제목에서 받았던 깨끗한 느낌이 한 페이지를 넘기기도 전에 속임수였음을 깨달았다. 소설가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하나는 접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쓰는 이와 뻔한 이야기를 감칠맛 나게 쓰는 이다. 성석제는 후자에 속한다. 사회적 편견으로는 세상 때에 찌든 어두운 인물이 등장하지만 소설 분위기는 딴판이다. 오히려 이보다 더한 코메디가 어디 있나 싶을 정도로 시종 웃음이 나왔다. 어깨에 힘주며 글을 쓰지 않는 작가의 스타일 때문일까. 이 작품을 읽고서 사람에 대한 편견이 조금은 가셔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