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인터넷 모집 낙태시술 산부인과원장 구속

  • 입력 2001년 7월 20일 19시 14분


병원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낙태를 문의해 온 여성들을 대상으로 불법 낙태시술을 해온 산부인과 의사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중 한 의사는 모자보건법상 낙태가 전면 금지된 임신 7개월 이상된 산모들에게 유도 분만을 실시한 뒤 몸 밖에 나온 영아에게 약물을 투여하거나 방치해 사망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0일 서울 J산부인과 원장 박모씨(51)를 살인, 업무상 촉탁낙태 등 혐의로 구속하고 이모씨(47·여) 등 산부인과 의사 7명을 의료법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99년 4월경부터 자신의 병원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낙태 방법 및 비용을 문의하는 미성년자들에게 ‘부모 동의없이 가능하다’ ‘8개월반이 넘은 경우도 해주겠다’ 등의 글을 올려 미성년자 13명을 포함해 59명의 여성에게 낙태시술을 한 혐의다.

박씨는 또 올 2월 임신 7개월의 석모씨(23·여)에게 유도분만을 시술한 뒤 산모 몸 밖으로 나온 영아의 심장에 염화칼륨을 주사해 숨지도록 하고 5월엔 역시 유도분만으로 나온 전모씨(21·여)의 영아를 수술실 바닥에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불구속 입건된 다른 산부인과 원장들도 한달에 8∼25건의 낙태시술을 해왔으며 이중 미성년 낙태시술도 한달 평균 1, 2명씩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모자보건법에 따르면 낙태는 기형 임신, 강간에 의한 임신, 산모의 건강이 위협받을 경우의 임신 등으로 엄격히 제한돼 있으며 이러한 예외 규정일지라도 임신 28주 이상이면 낙태할 수 없게 돼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상의 낙태 사이트는 겉으론 낙태에 관련된 논의와 낙태 방지를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 낙태를 원하는 미혼모와 미성년자들의 정보 교류 공간이 되고 있다”며 “부모 몰래 수술할 수 있는 병원을 찾는 미성년자들의 문의 등 ‘낙태 무방비지대’”라고 경고했다.

<최호원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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