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어린이 난타' 떴다…주방도구가 요정으로 등장

  • 입력 2001년 7월 24일 18시 36분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난타’가 탄생했다.

‘난타’를 제작한 (주)PMC가 만든 이 작품은 26일부터 서울 양재동 한전 아츠풀센터에서 공연된다.

기존 ‘난타’와 비교할 때 이야기와 소리 특성, 배우 등 여러 면에서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춘 게 특징. 매니저와 주방장, 여성 요리사와 두 명의 남성 요리사 등 5명의 배우 외에 어린이들의 눈길을 끌만한 캐릭터의 배우 4명이 가세했다. 밀가루와 물, 계란 등을 혼합해 반죽을 하는 ‘거품기’와 수저통, 후추통, 국자 등 주방 도구들이 ‘주방의 요정’으로 등장하는 것.

극중 스토리도 주방에서 벌어지는 코믹한 에피소드에다 요정 캐릭터들의 활약을 가미해 새로 구성됐다.

타악연주가 이병관이 지도한 이 공연의 ‘소리’는 이전보다 훨씬 쉽고 친근해졌다. 사물놀이 리듬 외에도 높낮이와 속도에 따라 달라지는 소리의 변화를 어린이들이 쉽게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요정을 뺀 배우들은 기존 성인 ‘난타’팀 연기자들이 주로 맡았다. 박기산이 매니저에, 최창환 최성우가 주방장에 캐스팅됐다. 이지연 오지숙이 여성 요리사로, 양지욱 김주영이 남성 요리사로 출연한다. 이밖에 이유라 김영훈 이주원 최원호가 네 요정으로 등장한다.

극단 ‘사다리’ 대표로 16년의 마임 경력을 지닌 유홍영이 연출을 맡아 어린이들의 신체 감각에 어울리는 움직임을 만들었다. 기차놀이 로봇놀이 그림자놀이 등 어린이의 놀이를 응용한 동작들이 차례로 등장한다. 음악은 영화 ‘쉬리’ ‘은행나무 침대’의 이동준이 맡았다. 공연은 ‘난타’에 비해 20분 짧아진 1시간. 8월19일까지 월∼금 오후2시 4시, 주말 오후1시. 2만∼4만원. 1588-7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거품기' 요정역 이유라▼

지난 5월 ‘어린이 난타’에서 요정 역으로 캐스팅된 이유라(22·상명대 연극학과 4학년).

그는 이 작품의 연습장에서 ‘거품기’로 불린다. 그의 배역이 주방 도구 가운데 밀가루와 계란 등 반죽에 필요한 재료를 ‘공격’해 덩어리를 사라지게 만드는 ‘거품기’ 역할이기 때문이다.

삐에로를 연상시키는 얼굴 분장과 긴 모자, 망사처럼 늘어진 의상이 영락없이 그를 ‘거품기’ 요정으로 만들었다.

그는 안양예고 시절인 94년부터 탈춤과 장구 등으로 단련됐지만 ‘어린이 난타’의 훈련 과정이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매일 연습하면서 뭔가를 두드리느라 온 몸이 땀으로 젖고 팔뚝은 점점 굵어지고 있어요. 하지만 이번 공연에서 ‘수저통’ ‘후추통’ ‘국자’ 역할을 맡은 배우들도 저와 비슷한 형편이어서 조금 위안이 됩니다.”

‘로미오와 줄리엣’ ‘판도라의 상자’ 등 대학의 정기 공연에 꾸준하게 출연했지만 상업 무대는 처음이다. ‘키만 크면 줄리엣’이라고 자부하는 그의 키는 160㎝. 하지만 키가 크지 않은 게 이번 ‘어린이 난타’에 캐스팅되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는 스스로 요리 솜씨가 수준급이라고 자랑했다.

“마파두부밥, 알초밥, 중국식 닭볶음…. 재료만 있으면 금방 만들어낼 수 있어요. 이번 공연이 성공해 지방 공연 때 연극계 선배들에게 ‘거품기’의 뛰어난 요리 솜씨를 보여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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