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말에 중국을 드나들며 선진문물을 들여오는데 앞장섰던 통역관 오경석(1831∼1879)의 아들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외국의 문예풍조에 접했던 위창은 한때 개화당 사건에 연루돼 일본으로 망명한 적이 있었으며 ‘만세보’ ‘대한민보’를 창간한 언론인이기도 했다.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독립운동에 앞장서다 투옥됐으며, 출옥 후에는 전각(돌이나 나무위에 글씨를 칼로 새기는 예술) 작품 제작과 고서화 편찬작업에 몰두하는 등 민족문화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다.
위창이 문화관광부 제정 ‘8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전시는 금석학자 서예가 전각가 서화감식가로서 위창의 학문과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전시회에는 ‘근역서화징’ 원본 4책, 금석문(오래된 비석에 쓰여져 있는 글씨)과 서화 모사 작품 30여 점, 위창이 직접 새긴 것으로 유족이 소장 중인 250여개의 실인(實印·실물 도장)과 관련 인보(印譜·일종의 도장 목록) 20여 책, 국립중앙도서관 위창문고에 소장된 120여 책의 역대 인보(위창 이외의 도장이 다수 포함됨)를 선보인다.
그는 우리나라와 중국 고대의 금석문과 상형 고문자 등의 윤곽을 모사하고 그 안에 글씨를 써넣는 이른바 ‘쌍구가묵(雙鉤加墨)’을 평생 동안 수련해 ‘고전(古典)을 불러내는데는 위창 만한 사람이 없다’는 평을 들었다.
그는 추사 김정희 등으로 이어져온 조선 금석고증학의 맥을 계승한 금석문 연구가로 독보적 위치를 차지했다. 그가 1928년 우리나라 역대 서화가 1117명의 관련 자료를 모아 펴낸 ‘근역서화징(槿域書畵徵)’은 지금도 한국 미술사 연구의 바이블로 꼽히는 귀중한 문헌.
서예가로서 그의 글씨는 중국 고대 갑골문 등을 다양하게 소화한 전서(篆書)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는 서화작품의 부속품 정도로 인식된 전각을 독자적 예술로 발전시킨 인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서화 감식가로서 그는 일제시대 간송미술관 소장품 수집을 주도하기도 했다.
전시기간 중 매주 금요일 오후 2시와 3시반에 특별강좌가 마련된다. ‘조선후기 중인의 시사활동’(27일 오후 2시, 정옥자 서울대 규장각관장), ‘근역서화징과 위창의 서화사 연구’(27일 오후3시반, 홍선표 이화여대 교수) 등. 일반 대학생 3000원, 초중고생 2000원. 02-580-1511, www.sac.or.kr
<윤정국기자>jk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