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특별한 배려'

  • 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46분


며칠 전 업무차 20대 초반 여직원 세 명과 지방출장을 다녀온 K씨(30)는 남편의 ‘특별한 배려’를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거래처 남자 직원 P씨와 함께 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간 K씨 일행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올해 스물 다섯입니다. 아직 미혼이죠.”

“아. 예∼.”

30대 중반 유부남으로 보이는 P씨는 자신이 총각임을 누누이 강조하며 K씨 일행에게 계속 말을 건넸다.

오후 1시경 일을 시작한 K씨 일행에게 예상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다. 4시간이면 끝날 일이 잘 안풀려 하룻밤을 자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마당발인 남편에게 전화를 건 K씨는 사정을 설명한 뒤 호텔에 방 두 개를 예약해 달라고 부탁했다.

오후 11시경 일을 마치고 남편이 예약해준 호텔에 도착한 K씨 일행.

방 열쇠에 적힌 번호를 찾아 호텔 7층에 올라갔다. 방 한 개는 복도 한쪽 끝에 또 하나는 반대쪽 끝에 배정된 것을 보고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P씨의 얼굴에 아쉬움이 스쳐지나갔다. 여직원들이 한마디했다.

“절묘하네요.”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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