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이러면 안된대두.”
며칠 전 건강 검진차 집 근처 종합병원을 찾은 회사원 이모씨(49). 한 간호사와 칠순이 넘은 할머니의 5000원짜리 지폐를 둘러싼 ‘작은 실랑이’에 시선이 멈췄다.
이날 퇴원 수속을 마친 할머니의 한숨 섞인 탄식을 간호사가 접한 것이 ‘사건’의 발단. “이걸 어쩌나, 집에 갈 차비가 없으니….”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안쓰러운 마음에 간호사는 5000원을 꺼내 할머니에게 택시비로 건넸다.
그런데 할머니는 돈을 받을 수 없다고 막무가내로 ‘버티기’ 시작한 것.
“내가 건망증이 심해서 못 갚을 게 뻔해. 늙은이가 폐를 끼치면 안되지.”
“할머니, 빌린 셈치고 타고 가세요.”
“그럼 은행계좌를 불러. 도착하자마자 송금할 테니까.”
“그러실 필요 없으세요. 천천히 갚으세요. 그럼….”
20여분간의 ‘설전’끝에 결국 간호사는 할머니의 손에 돈을 쥐어드린 뒤 황급히 자리를 떴다. 간호사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던 할머니는 종내 간호사의 자리 위에 돈을 놓은 뒤 병원 문을 나섰다.
<윤상호기자>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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