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나 경영자의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소개하는 것은 경영학에서 가장 보편화된 연구방법론 중 하나이다.
물론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과거의 성공 전략이 현재 혹은 미래에도 성공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또한 기업마다 처한 상황과 보유 역량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타사의 성공 전략이 자신의 기업에 그대로 적용되리라 기대하는 것도 무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기업의 성공 사례를 소개하는 이유는 그 사례가 독자들에게 제공하는 지적 자극과 상상력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일본의 세계적인 스포츠 기업 아식스의 창업자인 오니쓰카 기하치로의 경영 철학을 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기업 경영에 관한 다양한 견해를 밝히고 있는데 이중에서 우리 나라 기업 현실에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초기 아식스의 성공 전략은 송곳 전략이라고 명명한 틈새 시장 공략이다. 영세한 중소 기업은 인재나 자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주류 시장보다는 대기업이 관심을 갖지 않는 틈새 시장에 집중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아식스는 운동화 중에서 경기용 스포츠화, 그 중에서도 농구화 한가지에 집중하였다.
뿐만 아니라 아식스는 고객도 철저히 집중화했다. 농구화 구입 고객 중에서도 일류가 되기를 꿈꾸고 톱클래스 선수와 동일한 용품을 쓰고 싶고 새로운 제품에도 열성적인 상위 20% 고객들만 공략하였다. 이들은 제품 가격보다는 기능을 중시하는 고객들이었기 때문에 경쟁사에 비해 30%나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아식스는 효과적으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었다.
농구화에서 출발한 아식스는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60년대 고도성장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성장기에 흔히 나타나는 무리한 사업 다각화로 아식스는 오히려 파산 위기에 봉착했다. 신발이라는 본업에서 벗어나 골프 클럽, 스키 보드, 테이프 레코더와 다이아몬드 판매까지 진출하면서 적자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결국 아식스는 본업인 경기용 신발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을 정리하는 특단의 조치를 통해 겨우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창업은 쉽지만 수성은 어렵다는 저자의 주장을 잘 나타내는 대목이다.
끝으로 저자는 ‘기업은 공기(公器)이다’라는 이념을 철저히 실천하였다. 창업 10년만에 전 종업원에게 주식의 70%를 양도하였고 업계에서 가장 먼저 기업 정보 개방을 실시해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하였다. 또한 친인척을 후계자로 삼지 않는다는 원칙을 몸소 실천해 아식스가 계속 성장할 수 있는 조직 기반을 마련하였다.
한 가지 주제를 서너 페이지 정도 분량으로 비교적 짧게 요약했기 때문에 내용의 깊이는 아쉽지만 독자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책 전체가 6장으로 구성되었지만 목차에 제시된 다양한 주제 중에서 독자들이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이동현(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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