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자 세상]남산터널의 환율

  • 입력 2001년 7월 30일 18시 30분


회사원 C씨는 약속시간에 쫓겨 서둘러 남산 1호터널로 향했다. 통행료 2000원을 내기 위해 지갑을 뒤지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스쳤다.

요금관리소에 근무하는 여성 징수원이 ‘낮지만 단호하게’ 말했다.

“뒤에 차가 밀리네요.”

“어떻게 하지요. 깜빡 잊고 돈을 안 가지고 나왔네요.”

“오늘 오후 9시까지 가져다 주셔야 돼요. 그렇게 하시겠어요?”

진땀을 흘리던 C씨의 눈에 지갑 한쪽에 구겨 넣은 10달러 짜리 지폐 몇 장이 들어왔다. 해외여행을 다녀올 때 쓰고 남은 것.

“달러로 내도 되나요?”

“네, 주세요.”

위기를 모면했다고 생각한 C씨는 서둘러 10달러짜리 지폐를 건넸다. 여성 징수원이 곧바로 8000원을 거슬러주었다. C씨는 거스름돈을 받자 마자 머릿속으로 ‘10(달러)×1250(최소환율)-2000(통행료)〓1만500원’이라고 계산했다.

“거스름돈을 더 주셔야 될 것 같은데요.”

“아, 여기서 1달러는 무조건 1000원이에요.”

<조인직기자>cij19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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