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風 '젊음 유혹'…음식-액세서리 용품점등 잇단 개장

  • 입력 2001년 8월 1일 18시 35분


《“특이하잖아요.” 회사원 서민정씨 (23·여·서울 송파구 잠실동)는 일주일에 한번 가량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익대 앞 극동방송 삼거리에 있는 인도용품 전문점 ‘헤너디자인’을 찾는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인도산 향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인도인 할아버지를 둔 태국인 올라니씨(28·여)가 ‘헤나(인도식

보디페인팅)’를 할 때는 인도에 온 착각마저 든다. 서씨처럼 ‘인도의 독특함’에 반해 이곳을 찾는 20대 젊은이가 하루 평균 100여명.》

20대 젊은이를 중심으로 ‘인도’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코걸이를 하고 손목에 빨간색 실을 묶는 인도풍 패션에서 시작된 인도 열풍이 최근 인도의 음식, 영화, 액세서리, 헤나 등으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외국어대 인도어과 임근동 교수(44)는 “남들과 다른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젊은이들의 취향에 신비스럽고 독특한 인도풍이 맞아떨어진 것”이라며 “일본 유럽 등지에선 10여년 전 인도 붐이 일었다”고 말했다.

▽음식〓가장 오래된 인도음식점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튼호텔 안에 있는 ‘아쇼카’. 인도음식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3월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에 있는 ‘강가’가 문을 열면서부터다. 그 뒤 강남구 신사동 도산공원 바로 앞에 ‘부카라’,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1층에 ‘달’이 생겼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북인도 요리를 선보여인기를끌고 있는 ‘강가’는 지난해 12월 강남구 청담점을 낸 데 이어 올 9월 부산점,10월서울무교점을 낸다. 인도 요리 마니아인 조승엽씨(34)는 “태국 인도네시아 음식에서 찾아보기 힘든 다양한 향신료와 재료로 만든 인도 요리의 ‘깊은 맛’을 본 사람은 다시 찾게 된다”고 말했다.

▽인도용품〓‘헤너디자인’(02-322-5015)은 국내 최초의 인도용품 전문점. 색상이 화려하고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의 인도물건을 만날 수 있다. 팔찌 발찌 목걸이 발가락띠 등 액세서리와 이마에 붙이는 제3의 눈인 빈디(Bindi), 티셔츠 등 의류 등이 주력 상품. 인도의 북서쪽 라자스탄 지방에서 가져온 신발 가방 방석 카펫은 물론 현악기 시타르와 타악기 타블라도 살 수 있다. 이화여대 앞에 있는 ‘인도나라’(02-365-3665)에도 다양한 디자인의 수공품 액세서리와 인도 물건이 가득하다.

▽헤나(Henna)〓인도식 보디페인팅인 헤나는 외국에선 가수 마돈나, 국내에는 가수 이정현, 탤런트 김민희가 유행시켰다. 헤나는 헤나라는 식물의 잎을 갈아 만든 염료. 5000년 전부터 피부에 물들이는 방법이었다. ‘헤너디자인’과 ‘인도나라’에서 5∼10분이면 헤나를 할 수 있다. 비용은 5000∼3만원선. 헤너디자인 주인 김철영씨(46)는 하루 세 차례 헤나를 가르쳐준다.

▽영화〓인도 전문가 모임인 ‘인도코리아’(www.indokorea.com)는 2월부터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오후 3시 경기 고양시 일산구 마두동 사무실에서 인도영화 무료 시사회를 열고 있다. 1회 때는 5명밖에 없었지만 7월28일 6회 시사회에는 50여명이 넘어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7회 영화는 역사물 ‘라간(Lagaan)’.

“인도는 하루에 2편 이상의 영화를 만들고 1999년엔 412편의 영화를 수출할 만큼 미국 못지 않은 영화 강국이죠. 최근 옥스퍼드 사전 온라인판에 미국 할리우드를 빗대 인도의 영화산업을 뜻하는 단어 볼리우드(Bollywood)가 올랐다.” 시사회 준비위원 신민하씨(24)의 얘기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인도인이 말한는 '잘못된 상식'

“대다수 한국인들은 인도 사람이 채식주의자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힌두교에서 소를 숭배하기 때문에 이같은 인식이 퍼져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하지만 실제로 고기와 생선을 먹는 인도인들도 꽤 있습니다.”

인도 첸나이 마드라스대 행정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1월초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기 위해 한국에 건너온 칸다스 알렌(28·여·사진). 그녀는 “인도에 대해 잘 모르는 한국인들이 많다”면서 몇가지 잘못된 인도에 관한 상식을 지적했다.

▽소고기를 먹는다〓엄격한 종교 교육을 받은 힌두교도들은 소고기를 안 먹는다. 힌두교에서는 소에는 생산의 신이 깃들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고기를 먹는 힌두교인을 흔히 볼 수 있다. 소고기 값이 싸기 때문에 노동자 등 가난한 인도인이 비싼 양고기 대신 소고기를 찾는 것은 당연하다.

▽카스트가 달라졌다〓엄격한 신분제도인 카스트 제도가 많이 희석됐다. 대학 입학원서에 카스트를 쓰는 난이 아직도 있지만 신분 제약을 없애려는 인도 정부의 노력과 자본주의의 영향으로 카스트가 달라졌다. 돈을 많이 번 바이샤나 수드라가 승려 사제 등 브라만 계급을 요리사로 두기도 한다. 한국인들은 수드라를 노예나 천민으로 알고 있지만 인도에서는 농업 수공업 종사자를 뜻한다. 천민은 분뇨 쓰레기를 치우거나 죽은 소를 처리하는 직업 종사자로 하리잔으로 불린다. 하리잔은 카스트에도포함되지않으며신라시대의향소부곡처럼거주지역도따로정해져있다.

▽공용어는 힌디〓인도가 영국 식민지였기 때문에 영어가 공용어인 것처럼 알려졌지만 인도의 공용어는 힌디(Hindi). 인구의 40%가 인디를 쓰며 80%는 힌디를 말하진 못해도 알아듣는다. 인도 정부가 공식 인정한 언어는 18가지. 인도는 영국 식민지 이전에 18개 나라로 나뉘어 있었다. 인도에는 델리, 뭄바이, 콜카타, 첸나이 등 매우 발달된 대도시가 있다.

알렌씨는 “인도는 매우 다양한 언어와 문화가 어우러진 나라”라며 “한국인들이 인도를 올바르게 이해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