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제주여행 200%즐기기"렌터카 하나면 삼다도가 내것"

  • 입력 2001년 8월 1일 18시 58분


<<단 한 시간 만에 세상이 바뀐다. 소음 공해 더위 그리고 다람쥐 쳇바퀴 도는 듯한 답답한 일상…. 이런 온갖 짜증에서 이제는 ‘탈출’이다.

제주도, 푸른 섬. 잿빛 하늘 대신 흰구름 피어오른 파란 하늘이, 칙칙한 강물 대신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가, 회색 빌딩숲 대신 금빛 은빛 모래사장이, 냉랭한 에어컨 바람 대신 상큼한 바닷바람이 나를 맞는 곳. 영화 ‘혹성탈출’만큼이나 드라마틱한 올 여름의 도시탈출, ‘휴식의 섬’ 제주도로 떠난다.>>

#오전 8시 제주공항

시원한 아침바람. 살랑이는 워싱턴야자수 이파리에 가슴이 설렌다. 슬리퍼에 반바지 티셔츠 차림. 몸 마음 모두가 날아갈 듯 가볍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햇빛. 이 ‘태양의 제국’에선 선글라스가 필수. 채색렌즈를 통해 세상은 또 한번 바뀐다.

제주도, 휴식의 섬. 지금부터는 자유다. 무엇이든 할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휴대전화 끈다. 손목시계 푼다. 당장 필요한 것은 깔끔한 렌터카, 아늑한 펜션하우스뿐.


▽서비스 팁 △렌터카는 LPG차량을 쓰자. 연료비가 60%정도 절약된다(LPG렌터카 전문/제주동양렌터카 064-711-8288). △규정속도를 지킨다. 제주도 ‘몰카’(가변설치 무인속도 측정기)는 ‘악명’ 높아 스티커 2장은 기본.

#일주도로 따라 동쪽으로.

번잡한 제주시내. 12번국도(섬일주 환상도로) 표지판만 찾으면 만사 OK. 좌회전하면 동쪽(성산 방향). 성산포를 향해 달리자. 첫 해변은 검모래 해변의 삼양해수욕장. 모래찜질로 유명한 곳(하루 1만원)이다. 여기서부터는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자. 이어 도착한 곳은 함덕. 협재와 더불어 이 섬에서 가장 이름난 해수욕장. 금빛모래와 파란 바다, 검은 화산암이 아우러진 해변 풍광이 이국적이다.

조금 달리면 김녕. 호젓한 해변이 마음에 쏙든다. 제트스키(15분에 3만원) 바나나보트(1인당 1만원)가 태국의 푸케트 해변을 떠올리게 한다. 렌터카(제주동양) 이용자를 위한 해변 쉼터가 보인다. 다음은 세화리. 멋진 해안도로가 있다. 차창으로 코발트빛 바다에서 불어온 청징한 바람이 쏟아져 들어온다. 차도 사람도 생기가 넘친다.

해안 가까이의 작은 섬, ‘문주란섬’(일명 토끼섬)이 보인다. 머리카락처럼 길쭉한 꽃잎을 풀어헤친 하얀 난꽃이 지금 절정을 이루고 있다. 그 뒤로 우도, 멀리 일출봉이 보인다. 우도와 일출봉이 지척인 종달리. 바지락(조개) 줍는 ‘체험해변’이다. 해변 그늘막(임대료 하루 2만∼5만원)이 아늑해 뵌다. 해안도로는 성산포를 둘러 신산리까지 이어진다.

성산포 입구 ‘오조해녀의 집’은 전복죽 맛보기 ‘강추’(강력추천). 다음은 섭지코지와 신양리 해수욕장. 절경의 섭지코지에는 신데렐라 마차(호주산 직수입품·1인 5000원)가, 신양리 해변은 줄지은 돌탑이 장식한다.

표선∼세화2리 해안도로를 지나면 제주감귤의 고장 남원. 해안 절벽가로 2㎞나 이어진 멋진 산책로 ‘큰엉 해안경승지’는 숨겨진 명소다. 영화박물관 앞에 있다. 남원∼서귀포∼중문∼용머리해안∼송악산 구간은 알려진 그대로 대표적인 경승지. 리조트 호텔인 제주롯데(중문)의 화산분수쇼(매일밤 8시 30분·064-731-1000)와 주상절리 절벽해안 지삿개 역시 강추. 미국 라스베이거스 미라지호텔의 화산쇼보다 낫다.

#일주도로 따라 서쪽으로

제주시내 이호해수욕장은 통과. 하귀∼애월은 국도를 버리고 해안도로(8㎞)로 달리자. 언덕 위의 카페, 검은돌 해안, 아담한 포구와 마을이 해안을 수놓는 제주 최고의 풍치도로다. 애월과 곽지 사이의 ‘애월해상 전망대 휴게실’은 반드시 들르자. 절벽 아래 바다풍경 역시 제주 최고다. 옥빛 연초록 코발트 등 바다 빛깔도 다양한 스노클링 포인트다.

곽지의 명물은 해변 한가운데 돌담친 폭포수 샤워장. 아쉬운 것은 남자용뿐이라는 것. 다음은 협재해수욕장. 멋진 오름 모습의 비양도와 마주한 널찍한 해변은 풍치도 좋다. 제주섬의 서쪽 끄트머리쯤에 차귀도가 있고 여기서 수월봉쪽으로 난 해안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멋진 해안풍경이 숨겨져 있다.

<제주〓조성하기자>summer@donga.com

◆ 해변서 퐁퐁 샘솟는 '상상물통'

포구 옆 검은 갯돌 해변. 물안에서 아이들이 물장구치며 신나게 논다. 옆 그늘막에는 낮잠 자는 남정네들, 둘러앉아 수박 참외를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아낙네들이 보인다. 사정 모르는 외지인 눈에는 ‘웬 궁상’. 지천의 해변을 마다하고 포구 물가에서 옹색하게 지내니. 허나 알고 나면 무릎을 치고 만다.

이 곳은 ‘상상물통’. 물가 갯돌 틈으로 맑고 찬 지하수가 솟는 샘터다. 기반암이 구멍 뚫린 현무암인 까닭에 한라산 물이 지하에 괴지 않고 해안가에서 솟는 화산섬 지질구조에서만 나타나는 샘물이다. 어찌나 찬지 물속에서 맨발로 1분을 견디기가 쉽지 않다. 섬 사람들만 알고 있는 ‘몰래 피서지’이다. 그늘막 아래서 먹고 마시며 상상물통에서 멱감는게 이곳의 피서법.

애월과 곽지(북제주군 한림읍) 사이 ‘애월해상전망대 휴게실’(064-799-1127) 아래의 한담동, 남원읍 위미3리 종종동(남제주군·남쪽버스종점) 해안에 있다.

◆ 방어회 넣고 비빈 비빔밥

시장기가 느껴지면 근처를 둘러보자. 뜻밖의 맛집을 찾을 수도 있을 것. 세화리 해안도로(북쪽 입구에서 300m)의 5일 장터앞 물가의 ‘일광횟집’(064-783-1293)도 그런 곳. 독특한 ‘회비빔밥’(7000원)이 별미다. 초고추장에 버무린 방어회를 별도 접시에 푸짐하게 담아 낸다. 그러면 비빔용 그릇의 밥에 회무침을 얹고 비빈 후 된장 푼 냉이국을 곁들여 먹는다. 제주도 바다를 통째로 먹는 것처럼 상큼 푸짐한 것이 일품. 횟감은 그날 잡힌 고기를 쓰므로 일정치 않다고. 식당 안을 들락거리는 시원한 바람은 덤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