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어는 예수 당시에 예수가 살던 지역에서 대중들이 쓰던 언어라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예수 역시 아람어를 사용했다. 예수가 십자가에 달려 죽으면서 외친 ‘엘리 엘리 라마 사박다니(주여 주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는 바로 아람어였다. 이 말을 히브리어로 하면 ‘엘로이 엘로이 나 샤프타니’가 된다.
유대인들은 BC 587년 예루살렘 성전이 무너지고 강제로 바빌로니아로 옮겨지면서 점차 모국어인 히브리어를 잊기 시작했다.
BC 6세기에 형성되기 시작한 페르시아 제국 당시 아람어는 고대 근동에서 가장 널리 사용되면서 오늘날의 영어처럼 공용어로 자리잡았다. 유배생활을 하던 유대인들도 아람어로 통역을 해 줘야만 성서를 이해할 수 있었다. 이 전통이 굳어지면서 히브리어 구약성서를 아람어로 번역한 타르굼이 나오게 된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구약의 모세5경을 번역한 타르굼 옹켈로스와 예언서를 번역한 타르굼 요나단이다.
미국 하버드대에서 88년부터 12년간 고대근동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현재 한님성서연구소 연구원으로 근무하는 배철현 박사는 타르굼 옹켈로스의 창세기편을 한글로 번역하고,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히브리어 구약성서 사본인 9세기경의 맛소라 텍스트와 원문을 비교해 방대한 주석을 단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한님성서연구소)를 출간했다.
또 전문가용인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를 일반인을 위해 쉽게 풀어쓴 ‘유다인의 토라’와 ‘타르굼 옹켈로스 창세기’를 직접 원어로 읽을 때 필요한 ‘타르굼 아람어 문법’ 등도 같이 출간했다.
그는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은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아람어 성서는 예수 당시의 유대인들이 성서 본문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며 “아람어 성서가 히브리어 성서와 조금이라도 다른 점이 있다면 이를 통해 번역자의 관점, 나아가 그의 신학까지 엿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가령 창세기 1장 1절은 아람어 성서에서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독립절로 번역됐다. 이 문장의 히브리어 원문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신 때에’라는 관계절로 뒷 문장에 이어지도록 번역해야 옳다. 아람어 성서의 저자는 히브리어 문법을 잘 이해하지 못했거나 그 당시 ‘무(無)에서의 창조’라는 교리를 의도적으로 받아들인 것이다. ‘무에서의 창조’는 당시 유대인들의 창조 해석이다.
아람어를 이해하는 것은 구약뿐아니라 신약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을 준다. 마태복음 7장 6절에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는 말이 나온다. ‘개’와 ‘돼지’가 대구(對句)를 이루는 데 비해 ‘거룩한 것’과 ‘진주’는 대구를 이루지 않는다. 아람어에서는 ‘거룩’과 ‘반지, 팔찌’는 우연히도 같은 자음이다. 즉 ‘반지를 개에게 주지 말며 진주를 돼지에게 던지지 말라’가 맞는 말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구절은 복음서를 기록할 때 처음에는 예수가 상용하던 아람어로 쓰인 것을 나중에 아람어를 불완전하게 아는 마태복음 저자가 그리스어로 옮기는 과정에서 실수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송평인기자>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