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F와 놀아나다]이영애가 보보스족?

  • 입력 2001년 8월 3일 16시 08분


KTF의 '드라마'가 보보스족 광고로 뜨고 있다. 보보스는 부르조아와 보헤미안의 합성어. 보보스(Bobos)족은 경제적으론 부르조아, 감수성 면에서는 보헤미안의 자유로운 피가 흐르는 새로운 집단을 가르킨다.

푸른 빛이 일렁이는 수영장을 갖춘 야외에서 고급스러운 와인을 곁들인 파티가 한창이다. 등이 파인 노출형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과 말쑥하게 턱시도를 차려입은 남자들이 모인 파티는 일반인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곳으로 보인다.

갑자기 벨소리가 울리고 이영애의 귀걸이가 빛난다. 마치 공주만의 진동형 빛귀걸이처럼 파르르~ 떨리는 귀걸이는 특별하고 우아하다. 귀걸이만큼 빛나는 이영애의 눈빛. 그녀의 얼굴은 들뜬 표정으로 변한다. 설레임과 떨림이 이영애의 얼굴에 서서히 번지고 그녀는 구두를 휘익 돌려 파티장을 가로지르며 달려간다.

원피스 자락을 들고 어딘가에 있을 왕자님을 찾아가듯 행복한 표정. 이때 흐르는 음악은 플라시도 도밍고의 'Somewhere my love'. 이보다 더 이영애의 마음을 잘 드러내는 음악이 있을까.

주위 여자들이 그녀를 새침한 시선으로 바라본다. 이영애가 받은 짜릿하고 빛나는 호출을 질투하는 것일까. 아니면 이영애의 모든 것이 부러운 걸지도. 어딘가에서 그녀를 기다릴 멋진 남자와 우리나라에 세개 밖에 없다는 1억원대의 값비싼 귀걸이까지 말이다.

여자만을 위한 서비스 '드라마'. 광고는 여자라면 한번쯤 꿈꿔 보는 로맨틱한 파티를 무대로 하고 있다. 하지만 겉모습만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게 꾸민 이들은 진정한 보보스족 같지 않다. 보보스족은 일을 놀이처럼 즐기고 유행을 따르지 않으며 자신만의 개성적인 소비감각을 가진 계층이다. 즉 돈은 많지만 돈에 휘둘리지 않는 사람들. 반물질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어 겉으로는 화려하지 않다. 진정한 보보스 족은 자신을 존중하고 인생을 위해 실용적으로 투자한다.

하지만 '드라마' 광고는 여자들의 허영심을 부추기는 돈 많은 신귀족들의 파티로 보인다. 1억원대의 빛나는 귀걸이는 사치품일 뿐이다. '드라마'는 비현실적인 트렌디 드라마를 찍고 있는건 아닐까.

김이진 AJIVA77@chollian.net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