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주빈 메타-바렌보임, 이스라엘 '바그너 금지'에 항의

  • 입력 2001년 8월 5일 18시 54분


세계적 지휘자인 주빈 메타가 다니엘 바렌보임과 함께 이스라엘의 ‘바그너음악 금지’ 조치에 반대하는 공동전선에 나섰다.

이스라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인 인도 출신의 주빈 메타는 최근 인터뷰에서 “바렌보임은 이스라엘에서 콘서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민주국가라면 어떤 곡을 연주하든지 연주자의 권리에 속한다”며 강력한 바렌보임 지지의사를 표명했다.

이번 발언은 최근 이스라엘 정부가 바렌보임의 바그너곡 연주에 분노, 바렌보임이 등장하는 콘서트를 불허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 바렌보임은 7월7일 텔 아비브에서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전주곡을 연주, 건국 후 이스라엘에서 이어져온 ‘바그너 금지’ 전통에 도전한 바 있다.

‘독일 음악극의 왕’으로 불리는 바그너는 생전에 편지와 논문 등을 통해 반 유태 입장을 표명해온 작곡가. 특히 그가 죽은 뒤 히틀러가 그의 ‘영웅적’ 작품을 독일 민족주의 고취에 활용한 탓에 그의 음악은 이스라엘에서 ‘금기’에 속해 왔다. 그러나 바그너의 음악극에서 유태인을 직접 비방하는 내용은 나타나지 않는다.

메타는 “바렌보임이 먼저 청중들에게 바그너 음악을 연주해도 되는지 물어보았고, 관객 다수가 이에 호응한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렌보임은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나 이스라엘에서 성장한 음악가. 메타는 인도인이지만 세계 음악계 유태인 인맥과 밀접하게 연결돼 활동해온 ‘친 이스라엘’ 음악가로 꼽힌다.

<유윤종기자>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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