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누가 이혼했다는 건 별로 쇼킹한 뉴스도 아니다. 누가 이혼하고 몇 살 아래의 킹카랑 재혼 했다더라, 누구는 아이 떼어놓고 유학 갔다더라…등등 이혼녀들의 성공신화(?)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래서 그런가? 드라마 속에도 이혼한 남녀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TV 속 이혼녀들, 너무 뻔하지 않은가? 부잣집 버르장머리 없는 딸로 자라 아무 생각없이 결혼했다가 득달같이 이혼한 철부지거나, 팔자도 지지리도 세서 고생 고생하다가 겨우 이혼하고도 박복한 인생을 사는 청승과거나. 그 청승과의 대표주자가 바로 MBC 일일 드라마 ‘결혼의 법칙’의 금새(오연수)다.
이혼이라는 게 물론 무턱대고 권장할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어렵게 이혼을 결심하고 홀로서기 위해 노력하는 긍정적 이혼녀들을 보면 이혼이라는 게 ‘차선의 선택’이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요즘 나를 덥게 만드는‘결혼의 법칙’의 금새를 보자. 처음 이혼할 때는 당당하고 독했다. 자식을 봐서 참고 살라는 시어머니에게 또박또박 대답하는 폼이 독이 오를 대로 올라있었고, 애 버리고 나온 여자가 못 할 게 뭐 있냐며 고기집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모습에 희망찬 미래가 엿보였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그래, 저렇게 살아보겠다고 노력하면 언젠간 좋은 날 오겠지…’했다. 그 잠깐의 노력의 보상인가? 너무도 쉽게 커플 매니저가 되더니 전 남편보다 훨씬 괜찮은 남자와 재혼 얘기가 오갔다. 그야말로 전화위복! 이혼한 여자라면 꿈꿔볼 만한 환상적인 새출발이 시작되는 듯 했다.
그런데 복에 겨워 그런가? 금새가 전남편이랑 다시 합치겠다고 나섰다. 얼마 전까진 못 잡아먹어서 난리더니 그래서 남은 정이 있는지 서로 챙기고 난리다.“그럴 거면 뭐 하러 이혼했냐?”는 시어머니(고두심)의 말씀, 백번 이해되지 않나? 다신 시어머니와 남편을 안 볼 것 같던 금새가 “죽어도 이 집에서 죽겠다!”며 시댁에서 밥 차리고 빨래하는데 정말 생쇼다. 이런 게 사랑의 힘일까?
금새의 요즘 하는 양을 보면 “이혼한들 별 수 있을 것 같냐? 아내들이여, 정신차리고 남편이랑 시부모한테 잘 해고 살아라…”는 불문율을 몸소 보여주는 것 같다. 이혼 후 과거를 잊고 씩씩하게 잘 살아나가는 금새를 기대했건만… 한번 삐딱선 탔다가 돌아온 희생적 맏며느리가 되어버린 금새. 이게 2001년 여름 한국 이혼녀들의 모습이란 말인가?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미우나 고우나 참고 사는 것’이 결국 ‘결혼의 법칙’이었나 보다. 에잇! 결혼에 법칙은 무슨…변덕쟁이 여편네가 된 금새 짝 안 나려면 남편이 속을 뒤집어도 “늙어서 보자…”고 참는 수 밖에…
조수영 <동아닷컴 객원기자> sudatv@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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