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지난 4년 동안 크놉프, FSG 등 미국 주요 출판사에서 10권의 동화책을 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국 동화작가로는 최씨 외에 허유미씨 정도가 꼽힌다. 최근 국내 대형서점의 아동물 코너를 살핀 최씨는 한국형 동화의 해외진출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어린이책 트렌드라면 ‘새로운 것’ ‘미국적인 동화와 다른 것’을 선호하는 것입니다. 아시아 라틴아메리카 등 다국적 경향의 동화가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고 이 비율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전통동화의 경우는 문화적 차이로 인해 각색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예를 들어 ‘춘항전’에서 춘향이가 떠나는 이몽룡의 바지를 잡고 매달리는 이유를 외국인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 최씨가 97년 ‘해님 달님’ 그림책을 냈을 때 겪었던 일이다.
“출판사에서 그림은 독특해서 좋은데 이야기가 논리적이지 못하다고 거절하더군요. 아이들은 해와 달이 되는데 엄마는 왜 그냥 죽느냐구요. 결국 엄마도 별이 되는 것으로 결말을 바꿔야 했어요.”
컴퓨터 일러스트 대신에 유화(油畵)를 고집하는 최씨의 작품에는 한국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최근 출간한 ‘이름표 단지(The Name Jar)’도 고동색 위주의 색채 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한국적 정취가 진하게 느껴진다.
미국으로 이민 온 소녀 은혜는 미국 초등학교를 다니면서도 할머니가 준 도장을 통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지 않는다는 내용. ‘외국 아이들에게 김치가 무엇인지, 한국인의 정서가 무엇인지 알리는 것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그의 소신이 반영됐다.
프로필을 보니 최씨의 이력이 독특하다. 89년 상명대 가정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2년 간 외국항공사 승무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그 후 미국 대학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한 그는 97년 중국계 스토리 작가와 함께 첫 동화책을 FSG 출판사에서 발표했다. 님과 전쟁 지원운동(Nim and the War Effort)란 제목의 이 책은 여러 어린이 책 관련 상을 수상했고 그가 미국에서 동화작가로 인정받는 발판이 됐다.
9월초 미국으로 돌아갈 최씨는 벌써 내년에 두 권의 동화책 출간 계획이 잡혀있다고 말한다. 몇 년 뒤에는 한국에서 동화책을 낼 생각이지만 지금 한국의 여건으로는 어렵겠다고 말한다.
“미국에서는 아무리 유명한 동화작가도 일년에 한 두 권밖에 내지 못해요. 아무리 큰 출판사라도 일년에 20∼30권 정도만 어린이 책을 내거든요. 그런데 한국 출판사는 욕심을 많이 부리는 것 같아요.”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