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중견 비평가가 최근 펴낸 비평집이 이런 고민을 담고 있어 주목된다. 계간 ‘창작과비평’ 편집위원인 최원식씨(52)의 ‘문학의 귀환’(창작과비평사)과 반년간지 ‘내러티브’ 편집위원인 김인호씨(44)의 ‘탈이데올로기와 문학적 향유’(열림원)가 그것.
두 책이 내건 ‘활로’란 “문학의 기본으로 돌아가자”는 것이지만 각론에서는 차이가 난다. 최씨는 ‘문(文)과 학(學)의 균형’을, 김씨는 아도르노가 말한 ‘부정(否定)의 이성’의 회복을 내세운다.
최씨는 ‘문학의 귀환’에서 “위대한 소설은 ‘작은 이야기’를 통해 ‘큰 세상’을 탐구한다”고 전제한다. 역사적으로도 “한국근대문학사는 중국 기원의 문‘학’과 서구 및 일본 기원의 ‘문’학의 투쟁의 역사”라고 파악하고 있다. 순문학적 요소가 강한 ‘문(文)’이 모더니즘이라면 정치성이 강한 ‘학(學)’은 리얼리즘의 전통을 뜻한다.
이런 시각에서 80∼90년대 우리 소설은 편향의 길을 걸어왔음을 지적한다. 유토피아적 거대 서사에 치우쳤던 80년대 소설은 ‘대설(大說)’로 날아갔고, 이에 대한 반동으로 등장한 90년대 소설은 새로운 서사를 탐구하지 않고 ‘작은 이야기’에 빠진 ‘소설(小說)’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90년대 들어 ‘이야기꾼’의 재능을 화려하게 펼친 성석제의 소설도 ‘서사의 귀환’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그는 ‘작은 이야기’에서 기원한 소설장르의 태생에 오로지 충실할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최씨가 ‘창조적 한국문학’의 가능성으로 강조하는 것은 ‘소설과 대설의 회통(會通)’이다. “‘문’학과 문‘학’을 넘어 ‘문학’으로”라는 말은 이를 응축한 구호다. 80년대 문학의 사회성의 과부하와 그 반동인 90년대 탈사회성을 넘어서는 것, 그것이 최씨가 생각하는 ‘문학의 귀환’이다.
반면, ‘탈이데올로기와 문학적 향유’에서 김씨는 대중문학과의 변별성을 회복하는데서 본격문학의 존재 의의를 찾고 있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이데올로기의 음모를 거부하는 ‘부정의 정신’을 되찾는 것이다. 이를 잃어버린 소설이란 단지 ‘상품화된 문학’이나 ‘도구적 담론’에 불과하다.
김씨는 김영하 백민석 정영문 등이 보여준 형식 실험에서 보이지 않는 이데올로기에 저항하는 문학적 가능성을 발견한다. 하지만 김씨가 보기에 여러 신세대 작가의 문제의식은 최인훈 박상륭 이인성 이제하 같은 선배들에 미치지 못한다. 신세대 작가들이 보여주는 형식실험 역시 본질적으로 새롭지 않음을 슬쩍 꼬집고 있는 것이다.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