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활-화살 명장 유영기씨 '궁시박물관' 열어

  • 입력 2001년 8월 6일 18시 55분


“활과 화살 없는 우리 한민족을 상상이나 할 수 있나요?”

중요무형문화재 47호 궁시장(弓矢匠)으로 화살 만드는 일에 진력해온 유영기씨(67)가 자신의 호를 따 건립한 ‘영집 궁시(弓矢)박물관’.

5월 경기 파주시 탄현면 법흥2리에 문을 연 이 박물관은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전통 활과 화살은 물론 중국, 고대 유럽과 중미 인디언 제품이 망라돼 있다.

자동소총처럼 한 번에 1∼3발씩 화살이 발사되는 수노기(手弩機)와 한 번에 화살 200발을 쏠 수 있는 다연발 화차(火車)가 특히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앞마당에서는 전통활쏘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다.

유씨가 사재를 털어 활과 화살 박물관을 연 것은 국궁(國弓)문화가 점차 사라지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해 왔기 때문.

아들 세현씨(38)까지 5대째 활과 화살을 만들어오는 집안 내력도 바탕이 됐다.

전통 활 한 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130여 가지의 공정을 거쳐야 한다. 화살은 세 마디로 자란 대나무와 싸리나무, 장끼의 깃털 등으로 만든다.

그래서 단순히 대나무를 매끈하게 다듬어 만든 요즘의 화살과 달리 날아가는 방향이 곧고 목표지점까지 힘이 전달된다.

평생을 파주, 고양, 의정부, 연천 등 경기 북부지역에서 전통 활과 화살을 만들어 온 유씨.

앞으로 물소 뿔과 대나무, 소 힘줄, 부레로 만든 어교 등 전통의 재료로 활과 화살을 만드는 공방을 운영하면서 이 과정을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유씨는 “수많은 외침(外侵)을 이겨내고 오늘까지 한민족의 맥을 잇게 해준 활과 화살은 우리 민족의 대표적 문화유산”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에서 통일동산으로 이어지는 성동 IC로 빠져 계속 직진하면 군부대를 지나자마자 왼편에 이정표가 보인다. 개관기념으로 이달 말까지 입장료를 받지 않는다. 031-944-6800

<파주〓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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