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리뷰]강경옥의 미스터리 심리극<두 사람이다>

  • 입력 2001년 8월 7일 16시 40분


두 사람이 당신을 노린다. 그 두 사람은 당신과 가까운 주변 사람들. 가족, 친구 또는 연인일지 아무도 모른다.

평소에 가장 믿고 있는 사람들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고 가정하자. 처음에는 설마하겠지만 그 공포를 한번이라도 겪게 되면 믿을 수 밖에 없다. 혼자서 견뎌내기 힘들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청해야 한다. 하지만 한번이라도 말을 나눈 사람은 나를 죽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 점점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진다. 당신이라면 어떡하겠는가?

평범한 여고생 지나의 집안은 이상한 내력을 가지고 있다. 한 대에 한 명씩 두 사람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 그리고 두 사람은 가까운 주변 사람이다. 이번 대의 희생자로 지나가 지명받고 그의 주변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엄마, 사촌, 친구로부터 죽음의 위기를 맞게 되는 지나. 이미 네 번이나 죽음의 위기를 넘긴 지나에게 다가오는 두 사람은 누구?

작가 강경옥은 <두 사람이다>(시공사 펴냄)에서 유감없이 작가주의를 발휘한다. 섬세한 심리묘사, 피 한방울 튀지않고 공포를 조성하는 스토리 진행은 보는 이들이 눈을 뗄 수 없게 하는 것.

일상이 무너져가는 것을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지나, 이상한 기운에 이끌리는 주변 사람들, 전대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후 살아가는 자들의 심리변화를 치밀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 이야기 중간 중간 집안에 내려오는 저주의 근원을 실마리 던지듯 보여줌으로써 작품 내내 긴장감을 잃지 않는다.

다만 아쉬운 것은 결말. 전반부 짜임새있는 스토리의 힘이 후반부에 갈수록 약해진다. 증오란 다 부질없다는 것을 보여주기라도 하듯 말이다.

하지만 더운 여름 뭔가 오싹한 것을 찾는다면 이 작품에 폭 빠져도 좋을 것 같다. 주인공의 심리를 따라가다 보면 더위는 당신 곁에서 충분히 물러나 줄테니까.

김경숙<동아닷컴 기자> vlffm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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