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스파르타쿠스'이원국-김용걸 "복권 당첨된 기분"

  • 입력 2001년 8월 7일 18시 15분


국내파 발레리노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국립발레단 이원국(34)과 지난해 동양인 최초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정식 입단한 김용걸(27).

6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 있는 국립발레단 연습실에서 만난 두 남자는 요즘 ‘한 남자’에 푹 빠져 있었다.

이들의 가슴과 춤에 불을 지른 인물은 기원전 1세기 로마에서 검투사로서 반란을 일으켰다 처형된 스파르타쿠스.

올드 팬에게는 ‘턱 보조개(?)’가 트레이드 마크인 영화배우 커크 더글러스의 스파르타쿠스가 먼저 떠오를까. 하지만 80년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공연 비디오를 교과서처럼 여기며 자란 국내 발레리노들에게 스파르타쿠스는 꿈의 배역으로 기억된다.

국립발레단은 27일부터 예술의전당에서 두 발레리노를 타이틀 롤로 더블 캐스팅한 ‘스파르타쿠스’를 무대에 올린다.

“발레를 시작한 뒤 자나깨나 생각해온 배역이 스파르타쿠스라면 믿겠습니까.”(이원국)

“전 세계 발레리노 가운데 몇 명이나 스파르타쿠스가 될 수 있겠습니까. 그래서 파리에서 주저없이 서울 행 비행기를 탔습니다.”(김용걸)

이들의 감격은 과장된 것이 아니다. 68년 초연된 유리 그리가로비치 안무의 ‘스파르타쿠스’는 볼쇼이의 명성을 확고 부동하게 만든 작품. 95년까지 33년 간 볼쇼이 예술감독으로 재직한 그리가로비치의 대표작이자 발레리나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남성 무용수를 무대의 주인공으로 자리 매김한 ‘남성 발레의 대명사’로 불린다.

스파르타쿠스의 반란에서 죽음에 이르는 드라마틱한 스토리에 하차투리안의 웅장하면서도 서정적인 음악, 화려한 남성 군무가 압권이다. 국내에서는 92년 볼쇼이 발레단이 방한 공연을 가졌지만 아시아 발레단으로서는 이번이 최초 공연.

같은 부산 출신인 두 사람은 평소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도 소문나 있다. 91년 대학 시절에는 서울 면목동의 발레 학원에 함께 다니기도 했다.

이원국은 “1회 공연에 무용수의 체중이 3㎏씩 줄어드는 작품이 ‘스파르타쿠스’”라며 “전막 리허설을 통해 육체와 정신, 모든 면에서 자신과의 싸움이 절대적인 작품이라는 말을 절실하게 느꼈다”고 말했다.

김용걸은 “친구들과 함께 볼쇼이 비디오를 보면서 원국형이 하면 ‘딱’ 어울리겠다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면서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꿈이 현실로 이뤄진 만큼 후회 없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공연은 9월1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토 오후4시. 1만∼6만원. 1588-7890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부부가 말하는 ‘스파르타쿠스’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74)와 그의 부인으로 볼쇼이 발레단에서 32년간 활동한 프리마 발레리나 출신의 나탈리아 베스스메르트노바(60).

두 사람 모두 ‘옥스퍼드 발레 사전’에 이름이 올라 있는 세계 발레계의 ‘살아있는 신화’들이다. 그리가로비치는 현재 국립발레단 단원들을 지도하고 있다. 뒤늦게 합류한 베스스메르트노바도 국립발레단 여성무용수 김지영 배주윤에게 춤을 지도하고 있다. 베스스메르트노바의 생일인 19일에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축전을 보내오기도 했다.

▽그리가로비치〓‘스파르타쿠스’가 러시아 발레이지만 남성 군무에서 풍겨오는 정열적인 분위기는 한국 관객에게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국립발레단이 볼쇼이에 비해 무용수 인원이 적기 때문에 수적으로 약간 축소했지만 춤 자체를 바꾸지는 않았다. 그래서 남성 무용수들이 매우 힘들 것이다. 스파르타쿠스 역의 이원국 김용걸은 체격과 기량에서 훌륭하다. 김주원 김지영은 러시아에서 발레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안무를 받아들이는 속도가 빠르다. 볼쇼이 예술감독이던 시절 나는 안무나 지도 외에도 행정 기획까지 담당해 몹시 힘들었다. 지금은 한국에서 ‘손님’의 입장에서 작품을 올려 무척 편하다.

▽베스스메르트노바〓68년 ‘스파르타쿠스’ 초연 당시 에카테리나 막시모바와 더블 캐스팅으로 프리기아 역을 맡았다. 프리기아는 부드럽고 사랑이 넘치고 드라마틱한 역할이다. 나의 경험을 이번에 프리기아 역을 맡은 김지영 배주윤에게 그대로 전수해 주고 싶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