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 무슨 일이 있거든 그에게 물어 보라.’
음반 기획 및 제작사인 도레미미디어의 박남성 대표(50). 그는 거의 하루 종일 서울 연희동 사무실에서 일을 하지만 연예계에 관한 한 ‘앉아서 천리(千里)를 본다’. 그만큼 그는 연예계에서 새로운 ‘문화 권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도레미미디어는 김건모, 조성모, ‘이미연의 연가’ 등 최근 빅히트 음반의 제조 및 유통사다. 김건모의 음반 기획사는 김건모가 대표로 있는 건음기획이지만 도레미미디어는 그 음반을 제조해 유통한다. 힙합그룹 ‘드렁큰 타이거’는 기획까지 직접 했다.
도레미미디어의 올해 상반기 음반 시장 점유율은 30%로 매출액은 280억 원. 올해 예상 총매출액은 지난해보다 1.5배 성장한 450억 원이다.
그는 홍콩의 위성방송 ‘스타TV’와 합작으로 설립한 자본금 200억 원 규모의 음악 전문 케이블방송 ‘채널V 코리아’의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달 개국한 ‘채널V 코리아’는 세계 미디어업계의 거물인 루퍼트 머독의 자본을 끌어 당겼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됐다. 박 대표는 “미디어 통합 시대에 콘텐츠 지배자가 우위를 지킨다”며 “앞으로 콘텐츠 생산자인 연예 프로덕션이 방송사를 소유하는 일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1980년대 초반 연예계 매니저로 출발했다. 그러나 그는 단순히 음반 홍보를 넘어 자본 투자와 음반 기획을 함께 했던 점이 두드러진다. 국내 연예계에서 이같은 시도를 한 사람은 그가 처음이었다. 이점에서 그의 ‘준 프로덕션’은 국내에서 현대적 의미의 프로덕션 1호. 그는 최진희 김정수 전영록 등 톱가수를 배출했다.
그는 작곡가 최주호씨의 권유로 연예 매니지먼트에 입문했다. 이전까지 음악은 전혀 몰랐다. 그러나 그는 종일 음악을 들었다. 그는 “인간의 귀는 비슷하다. 결국 많이 듣는 사람이 이긴다”고 말한다.
최근 MBC와 한국연예제작자협회와의 갈등에 대해 그는 “음반 기획자인 매니저와 방송사의 위상이 새롭게 정립되는 과정일 뿐”이라며 “가수와 매니저, 방송사는 대중문화를 이뤄 가는 세 개의 축으로 어깨를 나란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에 빠져 아직 미혼인 그는 “회사는 나중에 능력 있는 후배에게 넘겨 줄 생각”이라며 “음반 비즈니스 분야가 아직도 후진적이어서 후배 양성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허엽기자>h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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